<11년 걸어서 지구 한 바퀴>는 장 벨리보라는 여행자 이야기다. 그는 무려 7만 5543km를 걸었다. 11년 2개월이 걸렸고, 신발은 54켤레를 사용했다.
장 벨리보는 캐나다 퀘백 사람으로 하던 사업도 망하고, 회사에서 간판 영업을 하던 중 자기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걸어서 세계를 여행할 계획을 세운다. 가족의 이해를 구하고 그는 유모차를 밀면서 여행에 나선다. 그 유모차에 텐트, 침낭, 식량, 물 등을 싣고.
캐나다에서 출발해 미국을 거쳐 남미, 아프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를 걸쳐서 다시 캐나다까지 그는 오직 유모차를 밀면서 자신의 두 발로 여행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런 무모한 여행을 감행할 만큼의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자기를 묘사하지 않는다. 그도 끊임없이 회의를 느끼고 후회하며 여행을 한다.
전 세계를 걸어서 여행한 그도 우리네 소시민처럼 겁이 많고, 두려움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그는 여행을 과장해서 묘사하거나 무용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자기처럼 걸어서 세계를 여행하라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가장 인간적인 속도인 걷는 여행을 할 때 우리는 성찰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커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여행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망설이는가? 이 책을 읽는다면 ‘혼자 걷는 맛’을 어느 정도 음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장 벨리보 지음. 이희정 옮김. 솔빛길. 정가 1만 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