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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은 시련 끝에 결혼에 골인한 김승수 손태영.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안방극장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한 시청자의 경험담. “울 동네 통닭집 전화번호 몰라서 직접 주문하러 갔는데요. 아줌마가 울고 있었어요. 손님 온 줄도 모르고…. -.- <백만송이 장미> 보고 있더군요.”
<백만송이 장미>는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성이 다른 두 형제가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화합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재혼한 부부, 백년해로를 꿈꾸는 화목한 부부, 남편이 실종된 상태에서 자식을 돌보고 지켜온 아내 등 다양한 구성원을 지닌 세 가족을 통해 ‘부부란,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시청자들에게 던진다.
그간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드라마 속 스토리는 최근 ‘화해모드’로 변환중이다. 결국 부모 세대의 악연의 매듭을 풀고 주인공 손태영(박혜란 역)과 김승수(오현규 역)가 결혼에 골인함으로써 갈등의 고비도 완전히 넘어서게 된다.
대체 이 드라마를 ‘조용한 1위’로 끌어올린 힘은 무엇일까. 지난 4월30일 이른 아침 두 사람의 ‘역사적’ 결혼식이 열리던 촬영장의 문을 두드렸다.
드라마 속 양가 가족들이 ‘처음으로’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은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손태영과 김승수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 오전 8시, 이른 아침부터 친지들과 하객들 모두 식장에 참가해 촬영을 위해 대기중이다. 한진희 윤여정 반효정 김자옥 이혜숙 이정길 윤해영 등 드라마 속 낯익은 얼굴들이 모두 한껏 차려입고 객석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의 결혼식장이 마련된 곳은 튜울립축제가 열리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야외가든. 한쪽 귀퉁이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이 보였다. 신부화장을 곱게 하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손태영은 감독이 부르자, 드레스를 들어올리고 종종걸음으로 달려간다.
극중에서 신랑 김승수의 할머니로 등장하는 반효정은 내내 웃음으로 보이며 동료연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표정이 금세 굳는다. ‘원수의 딸’ 손태영을 결국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심란한 감정을 담아야 하기 때문. 베테랑 연기자들의 무서운 몰입력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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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을 나눠먹고 폰카를 찍으며 즐거워하는 연기자들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두 집안은 김승수의 어머니가 손태영의 아버지(이정길)가 낸 차사고에 의해 죽게 된 기막힌 악연을 안고 있었다. 김승수는 아버지(한진희)의 재혼으로 새엄마(이혜숙)와 형(이창훈)을 얻게 되고, 이 때문에 할머니(반효정)와 며느리 간의 갈등도 한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미 사랑하고 있던 김승수와 손태영은 후에 이 같은 ‘과거’를 알게 되고 혹독한 이별의 괴로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날 장면처럼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 드라마 역시 일일극이 결코 빼놓지 않는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선 다른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특별함’은 없지만 연기자들이 자연스럽게 안겨주는 ‘편안함’과 ‘사실감’은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 중 하나.
제작진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연출 함영훈 PD는 “처음부터 시청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청률 때문에 드라마 스토리나 구성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나름의 자신감을 보였다. 함 PD는 이어 “일일극이 1위 하기는 아마 <인어아가씨>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일일극 제작의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방영 회수와 분량에 있다. 하루 방영분이 35분, 일주일에 1백75분으로 평균 1백30분짜리 미니시리즈에 비해도 제작분량이 많다. <백만송이 장미>의 경우 수요일 하루를 빼고, 월·화엔 세트촬영을, 목·금·토엔 야외촬영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함 PD는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는 스케줄이 부담스럽지만 일일극은 세트촬영 분량이 많은 편이어서 미니시리즈와 비슷한 인원의 스태프로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가끔 들러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함 PD는 ‘손태영의 연기력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손태영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을 내놨던 상황. 함 PD는 “손태영씨의 연기가 미숙한 면은 있으나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 6월 초 종영 예정인 <백만송이 장미>는 손태영 김승수의 결혼 이후에도 끝까지 ‘밋밋하지 않게’ 스토리가 돌아갈 것 같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마지막 반전이 있다”고만 살짝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