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영, 김윤진 | ||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머니 사정’을 위해 잊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협찬 받은 고가의 물품들을 애지중지 다뤄야 한다는 ‘절대(?) 원칙’이다. 잘못될 경우에는 이를 모두 변상해야 하기 때문.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착용한 연예인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조심조심 입어야 하는 속마음은 절대 편치 않다. 실제 조심하는데도 불구하고 협찬 명품이 손상되거나 분실되는 ‘사고’가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MBC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30대 노처녀 ‘신영’으로 출연중인 명세빈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화려한 싱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코디네이터는 각종 액세서리를 협찬 받아 장면마다 변화를 준다. 그런데 최근 이 가운데 하나인 고가의 목걸이가 보관 도중 차량에서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걸이의 가격은 무려 1천만원가량.
반납을 전제로 협찬 받은 목걸이기 때문에 명세빈측은 고스란히 이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이는 목걸이를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연예인이 착용한 상태에서 분실했거나 손상된 경우에는 연예인이나 소속사 등이 책임을 지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코디네이터가 보관하던 가운데 발생했기 때문에 그 책임이 ‘코디’에게 돌아간 것이다.
명세빈의 코디네이터인 정유진씨는 “같은 팀 직원이 목걸이를 분실해 해결 방법을 찾고 있는 데 쉽지 않다”고 밝히며 “명세빈씨가 착용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명세빈씨나 소속사와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협찬 물품을 구입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되곤 하는데 연예인에게는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는 게 관행이어서 변상액 역시 1천만원에서 상당 부분 할인될 전망이다.
협찬 사고 중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은 의상 손상. 커피 등 음식물을 협찬 받은 옷에 쏟는 경우에서부터 연기 도중에 손상되거나 운반 도중 흠집이 생기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특히 시폰 소재나 실크 소재 의상은 올이 쉽게 풀리기 때문에 요주의 협찬품이라고. 협찬 의상을 깨끗하게 반납하기 위해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가 색이 변하는 바람에 변상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분실 또는 도난당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물품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들이 실수로 협찬 물품을 분실하기도 하고 명세빈의 경우처럼 도난당하는 경우도 있다. 조미령의 코디네이터 강민경씨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협찬품) 도난 사고를 당했다”면서 “3백20만원을 현금으로 물어준 경우도 있었다”고 얘기한다.
▲ 1천만원 상당의 목걸이를 협찬받아 보관하던 명세빈의 코디는 이를 잃어버려 난처한 상황이라고. | ||
하지만 연예인의 실수 때문에 손상된 경우에도 이를 연예인이나 소속사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협찬 브랜드와의 친분 등으로 사고를 해결하는 것이 코디네이터의 의무이자 능력인 양 취급해 코디들의 속을 태우는 것.
물론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김윤진의 코디네이터인 이봉선씨는 “협찬 받은 의상에 김윤진씨가 커피를 엎지른 적이 있는데 자발적으로 ‘반납하기 어렵게 됐으니 내가 구입하겠다’며 변상 비용을 내놨다”면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협찬을 해주는 브랜드의 엄격한 ‘반납 기준’도 코디네이터들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 샘플 제품을 협찬 받을 경우 찢어지는 등 심하게 손상된 상태만 아니면 따로 변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협찬은 매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런 경우 조금이라도 손상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한다는 것. 한 스타 연예인의 코디네이터는 화보 촬영을 위해 해외 명품 브랜드 ‘알마니’에서 남성용 슈트를 협찬 받아 사용하고 반납했을 때의 ‘안 좋은 추억’을 털어놨다. 당시 안감에 핀으로 뚫린 작은 구멍 때문에 2백만원이나 주고 협찬 슈트를 구입해야 했다는 것.
협찬 사고를 막기 위해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코디들 사이에서 탤런트 정혜영은 ‘미담’의 주인공으로 자주 거론된다. 지난 2002년 정혜영의 코디네이터 김은영씨는 촬영을 위해 협찬 받은 의상, 구두, 액세서리 등 1천만원가량의 물품을 자가용에 보관하다가 화재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협찬 물품도 모두 못 쓰게 돼버렸다.
담당 코디로서는 거액 1천만원을 변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촬영에 필요한 의상 확보도 어려웠던 상황. 당시 정혜영은 직접 자신의 의상으로 촬영 의상을 준비하고 협찬 의상 변상을 위한 위로금까지 내놨다. 그는 “나를 위해 일하다 생긴 일이니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반응’이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다는 게 코디네이터들의 설명이다.
TV나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연예인의 형형색색 의상과 액세서리들. 이런 화려함 뒤에는 협찬품을 따내고 이를 애지중지 보관해야 하는 코디네이터들의 한숨이 녹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