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민산’처럼…무대도 ‘정상’ 도전?
2000년 민주산악회 현판식 기념회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과거 ‘민산’ 참여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아래). 위 사진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일요신문 DB
“험준한 산을 오르는 일은 고단하고 힘듭니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 행복감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통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분단 70년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진정한 통일 한반도 시대를 열기 위해선 통일의 고지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오늘 개소하는 한반도통일산악회, 한반도미래정책포럼 연락사무소가 통일을 향한 여정의 베이스캠프가 돼 주시길 바랍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다. 산, 정상, 통일, 베이스캠프…. 대구 정가에서는 당시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20대 총선을 노리는 전직 국회의원에서부터 정치신인까지 누가 봐도 세력화를 위한 모임이라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누구는 이미 공천이 내정됐고, 누구는 어디에 약속을 받았고 등등 본격적으로 내년 총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반도통일산악회 경북지부는 며칠 뒤 권오을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부터 초청특강을 들었다. 권 위원장은 경북 안동의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김 대표가 “천하의 인재를 모시겠다”며 만든 인재영입위를 맡았다.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정가의 호사가들은 “역대 모든 대권주자들이 대권플랜의 지역조직으로 산악회를 만들었다. 의도가 드러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지만 세력화하는 데 가장 쉽고도 강력한 줄기세포”라고 입을 모은다. 이 산악회를 통해 다단계 분화가 가능해지고 산을 오른다는 명목 하에 여러 일들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통일산악회는 과거 2개의 조직과 오버랩된다. YS로부터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의 막내 김무성 대표가 YS하면 떠오르는 ‘민산’ 즉 민주산악회와 같은 초대형 조직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반도통일산악회를 조직한다는 소문이 정가를 돌면서 모두가 하는 얘기가 “무대가 YS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조직이었던 민산 재건을 추진한 바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진국민연대다.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대선 전쟁이 한창일 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당시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주도해 만든 지지조직이었다. 전국 각지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사조직 수백 개를 ‘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았고 그 숫자만 500만 명 가까이 됐다.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 탄생은 선진국민연대가 주도한 것과 같다. 이후 선진국민연대는 이 대통령의 인재요람이 됐고, 이후 이 대통령이 해체를 지시했음에도 다른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간 바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