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만 오르면 뭐해! 안에선 불만 삐죽
4월 2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서 세 번째)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표면적인 상황은 긍정적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30%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과의 격차도 5%P 안팎에서 관리가 되고 있다. 더 괄목할 만한 부분은 문재인 대표 개인의 지지율이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문 대표는 조사 기관을 가리지 않고 수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자기 실리까지 챙기는 이상적 당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볼 만한 지표다. ‘민생 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당의 체질을 ‘경제정당화’ 한 것도 당 안팎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여기에 정국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더해졌다. 언제나 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정권심판론에 날개가 달린 격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에 대한 당내의 견제구는 계속 던져지고 있다. 문 대표에 대한 불만은 역설적으로 그가 당을 안정기로 이끌었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원래 야당은 위기 때 뭉치고 안정기 때 싸운다”고 말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문 대표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비노 세력들은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슬슬 문 대표 견제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4·29 재보궐선거 결과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한 비노계 인사는 “(성완종 파문이라는) 이만한 호재가 있는데도 문 대표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끌려가고 있지 않느냐”며 “이번 선거에 진다면 전적으로 지도부의 전략 부재 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계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 당 최고 권력을 쥐었음에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계파 논란으로 공격당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2선으로 물러났던 친노 인사들도 “이렇게까지 해도 계속 양보하란 얘기만 나온다. 어쩌란 거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의 측근인 한 당직자는 “주요 당직이야 그렇다 쳐도 말단의 자질구레한 자리까지 전부 양보하라고 나온다. 명색이 당대표인데 당 인선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탕평’을 전면에 내세운 문 대표는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대변인 등 당내 요직들에 비노계 인사들을 앉혔다. 친노 인사들도 자진해서 2선으로 후퇴키로 했다. 문제는 부대변인과 각 국·실 등 실무 당직자 수준에서조차 마음대로 ‘자기 사람’을 앉히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계파간 ‘자기 몫 주장’이 커지면서 상근부대변인만 7명에 달하는 구조가 되기도 했다. 문 대표 몫은 2명이었지만 다른 최고위원들이 각자 자기 사람을 심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커졌다. 문 대표는 조율에 나서려 했지만 실패했다.
비노 쪽이라고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 우선 탕평 인사라는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한 비노계 의원은 “친노 딱지만 안 붙으면 다 탕평이냐”며 “자신과는 가까운 사람이면서 다른 계파 인사들과도 거리가 먼 사람들을 앉혔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문 대표와 접전을 벌였던 박지원 의원은 지도부 출범 후 문 대표를 만나 인사와 관련한 의사 표시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비노계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 “자기는 탕평이라는데 정작 자기 사람 외에는 다들 ‘소외받고 있다’고 느끼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이런 불만은 결국 재보선 지원 문제를 두고 동교동계가 ‘지원 거부’를 천명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의 중재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동교동계는 문 대표를 미덥지 않게 보고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문 대표가 각종 일정을 맘대로 정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일방 통보하는 식에 그친다는 불만이다. 이달 초 문 대표는 재보선을 앞두고 당내 원로들과 지도부가 모두 참여하는 ‘원로들과의 대화’를 갖고 선거 지원 결의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막판 취소됐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소수만 만나려던 자리였던 것을 참석자를 확대해 당의 단결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야심찬 구상이었지만 정작 일정을 알리고 보니 참석 뜻을 밝힌 이들은 처음 멤버뿐이었다. 한 최고위원은 “문자로 일정만 딱 오더라. 기자들에게 보내주는 그 일정 문자를 우리도 똑같이 받아본 것”이라며 “그러더니 잠시 후에 연기됐다고 또 문자가 왔다. 어떻게 이렇게 마음대로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문 대표 측은 “시간이 부족해 상의가 충분치 않았던 것뿐”이라고 했지만 지도부 내에서는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는 반발이 나왔다.
문 대표는 언론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문 대표는 정치인 중 드물게 기자의 전화를 전혀 받지 않는다. 매일 부대끼는 기자들의 얼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맘에 들지 않는 질문이 나오면 짜증도 곧잘 낸다. 취재진이 몰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가식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라는 옹호도 있지만 부정적인 언론관이 굳어진 탓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표가 일궈낸 많은 성과들이 생각보다 적게 보도되는 것 같다고 공보 담당자들이 말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기자들과 친분을 내세울 필요도 없지만 스킨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일부러 손해를 볼 것도 없지 않느냐”는 당내 시각도 상존한다.
문 대표 리더십의 향후 안정성 여부는 4·29 재보궐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대부분 선거구에서 박빙 혼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 문 대표의 향후 행보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선거에 승리한다면, 당내 비토 세력은 다시 한 번 문 대표의 행보를 관전하면서 발톱을 숨길 것이다. 문 대표가 몸을 추스를 기회다. 대선 후보로서의 ‘대세론’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선거에 패배한다면 책임론과 함께 반대 세력들의 공격을 전면에서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완종 파문’ 같은 강력한 호재가 있었기 때문에 패배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과연 문 대표는 어려움을 딛고 대권주자로서 연착륙을 할 수 있을까.
안수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