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다빈, 김태희 / 일러스트=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물론 대학생 신분의 연예인들이 학교생활에 상당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연예인들은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과연 연예인들의 대학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 대학생 신분인 연예인 몇몇의 지난 1학기 학교생활과 성적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한다.
복학생 이효리는 오랜만에 돌아온 캠퍼스에서 정신없이 1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이했다. 국민대 연극영화과 98학번인 이효리는 신설 학과에 입학한 까닭에 과선배가 없는 맏언니다. 때문에 재학생 가운데 최고참인 이효리는 공부만큼이나 후배들 챙기는 데도 앞장서야 했다.
98학번 동기로 현재 과사무실 조교인 문수연씨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이효리는 최대한 학교생활에 충실하려 노력했다”면서 “동기 모임에도 열심이고 체육대회에도 가능한 한 참석해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4학년 후배들의 졸업 작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홍보 도우미까지 자청한 상태.
▲ 이효리 | ||
‘서울대 얼짱’ 김태희 역시 2년여의 휴학을 마치고 지난 학기 복학했다.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인 김태희는 달라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고생이 심했다. 학교 이곳저곳을 오갈 때마다 연신 ‘폰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수군대는 남학생들도 상당수다.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생활 적응은 성공적이었다고. 이는 뛰어난 성적이 말해준다. 이번 학기 모두 8학점을 수강한 그는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2학점)에서 A, ‘서양음악의 이해’(3학점)는 A-, 그리고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은 B-를 받았다.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욕심을 버렸기 때문. 전공은 단 한 과목도 없이 교양 과목만 세 과목을 수강한 김태희는 “학교생활과 연예계 활동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얘기한다.
다행히 김태희는 3학년 때까지 전공학점을 모두 이수한 터라 이제 교양 과목으로만 16학점을 더 이수하면 된다. 때문에 다음 학기 졸업도 가능하지만 무리하지 않기 위해 졸업을 한 학기 미뤘다.
지난 학기 가장 큰 기대를 불러 모은 이는 단연 이정현.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98학번인 이정현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휴학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미등록 제적 상태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5년여 만인 지난해 9월5일 재입학 절차를 통해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년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 이정현 | ||
두 가지 일에 모두 매달린 탓인지 지난 학기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중간 정도의 평범한 성적을 받은 데 대해 이정현은 “열심히 한 데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2004년 상반기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강동원은 현재 한양대 안산캠퍼스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연예계 활동이 학업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연극영화과와 달리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강동원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다. 다행히 출석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들의 배려가 있었지만 시험만큼은 예외가 없었다. 때문에 그 어떤 스케줄이 있더라도 시험은 빠지지 않고 치렀다고. 강동원의 매니저인 김세환 실장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학교생활 챙기는 데 워낙 열심이었다”면서 “성적도 평균 정도는 되는 수준이라 안도했다”고 얘기한다.
같은 과 학우들의 도움도 컸다. 여학생이 드문 기계공학과의 특성상 스타로 발돋움한 그에 대한 남자 친구들의 반응 역시 무덤덤했다. 여성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웠던 강동원 입장에서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큰 휴식이 됐다고.
올해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한 정다빈은 04학번 새내기. 처음으로 맞이한 정다빈의 설레는 대학생활, 하지만 바쁜 영화 촬영으로 인해 지난 학기 정다빈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1학기 내내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 촬영에 매달려야 했던 정다빈은 아쉽게도 본격적인 대학생활은 다음 학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다행히 학사경고는 면했지만 성적은 중하위권. 때문에 다음 학기부터는 학교 성적에도 더욱 신경을 쓸 작정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학생 신분의 연예인들은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출석만 놓고 본다면 낙제점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시험 역시 제대로 치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성적을 받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결국 연예인들은 일반 학생과 다른 기준으로 성적을 받는다는 얘기.
우선 출석에 대해서는 상당한 배려를 받고 있다. 연예계 활동 때문이라면 결석이 허용되는 것. 또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에서도 특혜를 누리지만 담당 교수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다.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문수연 조교는 “교수마다 평가 방식이 다르고 배려해주는 폭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얘기한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연예인의 ‘성의’.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과사무실 직원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 난다”면서 “교수님께 직접 전화라도 드리고 가능한 한 수업에 참여하려는 정성을 보여야 낙제를 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담당 교수에게 자신의 앨범을 선물하거나 콘서트나 영화 티켓을 선물하는 연예인이 상당수다.
이런 연예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선 저학년의 경우 스타들에 대한 호감도가 큰 편이다. 동국대학교 04학번 신입생 김아영양은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조)인성이 오빠와 같은 학교라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학교에서 인성이 오빠를 볼 때마다 너무 좋다.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반면 연예인 대학생들에 대한 서운함 또는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1학기 동안 학교에 거의 오지 않은 정다빈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같은 연극학과의 한 남학생은 “어떻게 학점은 받은 모양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대학을 졸업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연극학과의 한 조교는 “연예인 대부분이 1∼2학년 때는 학교생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지만 고학년에 되면 졸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면서 “김소연도 1∼2학년 때는 학교에 많이 나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매우 열심이다. 지난 학기에 가장 열심히 학업에 매달린 우리 과 연예인은 단연 김소연이었다”고 설명한다.
김태희에 대한 서울대 학생들의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시험 때마다 밤을 새고 리포트 쓰느라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낸 다른 학생들에 비해 김태희가 너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00학번 복학생 이준희씨는 “그런데 학점까지 높게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허탈감을 느꼈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사실 연예인의 경우 대학 입학 과정부터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에게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생활까지 불성실할 경우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무리 바쁜 일정일지라도 가능한 한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타의 모습이 절실하다. 전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학우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