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열도는 ‘욘사마 열풍’에 이어 ‘욘하짱’ 박용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른쪽은 일본 잡지 표지를 장식한 박용하. | ||
박용하는 최근 <기별>이라는 앨범을 일본에서 발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 최고의 인기 드라마에 출연 제의도 받았다. 그리고 10여 개의 일본 기업들로부터 CF 제의도 받아 수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도대체 ‘욘하짱’의 어떤 점이 ‘욘사마’ 배용준의 인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일본 현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박용하 열풍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일본 도쿄 근처 신주거지인 신마츠도(新松戶)의 한 평범한 가정. 이곳에서도 박용하 열풍의 한 단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집 주인 타나카씨(62)는 일본 건축 회사의 사장으로, 전형적인 일본의 중산층이다. 거실로 들어서니 낯익은 한국 배우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피아노 위에 ‘욘하짱’ 박용하의 앨범 재킷 사진이 여러 개 진열돼 있었기 때문. CD 플레이어에서는 박용하의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온다. 타나카씨의 부인 유키에씨는 “노래 뜻은 전혀 모르지만 ‘욘하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느낌만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식탁 위에는 한국의 비빔밥 강좌를 소개하는 전단지가 놓여 있다. 한국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요리’를 하는 수준으로까지 한류 열풍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에 눈을 돌려보니 낯익은 한국 배우의 모습이 계속 클로즈업되고 있다. 8시 황금 시간대에 일본 민방 TBS의 음악 프로그램 ‘우타반’에 1시간짜리 박용하 특집이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 이 프로는 인기 그룹 SMAP의 리더싱어 나카이와 코미디언 이시바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음악 방송이다. 평상시에는 음악을 방송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박용하와의 인터뷰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박용하는 일본 최고 인기 그룹 SMAP의 리드싱어 나카이와 같이 출연한 것만으로도 일본에서의 그 인기도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를 보면서 왜 박용하가 배용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박용하는 사회자로부터‘여자친구’에게 가상으로 전화를 해 보라는 다소 엉뚱한 부탁을 받았는데 재치 있는 말솜씨로 방청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용하는 또 SMAP 리드싱어인 나카이와 농구 슛 대결을 펼쳤는데 특히 그는 이날 프로그램에서 남을 배려하는 자상한 매너를 보여줘 일본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슛이 실패한 뒤 계속 카메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적 감성을 자극해 착한 사나이 박용하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었다는 평가다.
▲ 드라마 <겨울연가> 중 한 장면(위)과 일본드라마에 출연한 박용하의 모습. | ||
박용하는 이날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일본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어도 더 많이 공부할 것”이라고 밝혀 일본 공략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박용하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착하게 생긴 유순한 이미지다. 특히 요즘 일본 여성들은 청순하고 여성을 배려하는 남성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유키에씨는 이에 대해 “박용하는 모범생같이 착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매력남이다”라고 말했다.
박용하의 이런 착한 이미지 때문에 <겨울연가>에서의 나쁜 이미지도 오히려 뒤집어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유키에씨는 “<겨울연가>를 보면 박용하는 주인공 배용준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의 실제 외모가 착해 보이기 때문에 그가 배용준을 괴롭히는 못된 행동을 보면서도 왠지 동정이 간다”라고 말했다.
<겨울연가>에서의 나쁜 이미지가 박용하의 실제 착한 이미지에 눌려 동정론으로 뒤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일본 여성팬은 “박용하는 10년 동안이나 사랑하던 애인을 배용준에게 뺏기고도 괴로워하며 참는다. 이런 그의 인내심도 일본 특유의 참는 문화와 결합되면서 더 좋은 반응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일본 언론 노출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박용하가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배용준의 경우 ‘신비주의’를 강조하며 그동안 일본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해 왔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SONY의 캠코더 선전 등 광고활동은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너무 상업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타나카씨는 기자를 배웅하면서 “‘욘하짱’의 시대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그를 취재하려면 일본으로 와야할 것”이라며 박용하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지하철을 타자 ‘욘사마’ 배용준의 활짝 웃는 모습이 광고 전단지에 걸려 나풀거렸다. 일본 최대의 고급 쇼핑가 긴자에 들어서니 ‘지존’ 배용준의 대형 입간판 광고가 기자의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박용하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케맨’(멋진 남자라는 일본말) 박용하는 이미 일본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들어와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