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단계적 개발” vs 전북도 “원안대로”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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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김광수 전북도의장(아래)이 전주종합경기장(위) 개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는 자못 의연한 태도다. 도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명분과 논리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애초 체결한 법적 절차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종합경기장을 전주시에 무상 양여하면서 체결한 계약서와 대체시설 건립을 각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종합경기장 무상양여 계약기한이 내년 12월 29일까지인데, 그 이전에 당초 취지대로 사용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면서 “도의 입장은 언론을 통해 충분하게 전달한 상태로 현 상태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요신문>은 이지성 전북도 문화관광국장에게 ‘전주시가 끝내 단계적 개발론을 고수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만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해지와 함께 환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주시가 애초 체결한 ‘양여계약’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므로 전북도로선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체결한 무상양여 계약서는 10년 이내 이 같은 행정 목적에 부합되지 않거나 용도를 폐지한 경우 이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년 시한 종료일은 올해 12월 29일이다. 만약 이 기간 내 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와 시의 법적 공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국장은 양여계약의 전면 백지화를 단정 짓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계약의 전면 철회가 실제 상황으로 전개되려면 중요한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주시가 끝까지 대체시설인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건립에 대한 실행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만 백지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배려’ 내지 ‘압박’ 수준에 따라 전주시가 대체 경기장을 마련하고, 최악의 상황은 바라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다.
전주시는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2차 실무협의 때도 ‘마른 수건 다시 짜는 심정’으로 전북도가 주장한 종합경기장 내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 따른 전북도의 대체시설 건립 요구를 수용하고 건립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도가 막무가내로 실행력이 미흡하다고 트집 잡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시 또한 현재 추진 중인 컨벤션센터 건립을 포함한 경기장 개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사태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전주시가 10여년째 끌어온 경기장 개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거나 아예 파기해야 하는 모험을 쉽게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처럼 도와 전주시가 충돌을 빚으면서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제2의 경전철 사례처럼 도와 전주시의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도는 전주시를 행정적으로 관할하는 광역자치단체지만 전주시는 인구 60만에 육박하는 ‘힘 있는’ 기초단체다. 양 자치단체는 그동안 서로의 역할과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자주 보여 왔다. 현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완주 전 도지사 간의 해묵은 갈등은 세간에 회자된 지 오래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에 당선된 이후 전임 김완주 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전철 사업을 백지화했다. 경전철 사업의 실효성과 예산낭비 논란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도와 전주시의 관계는 불편해졌고, 김 지사가 퇴임하는 순간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송 지사가 전주시장 재임기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김완주 지사의 최측근이었던 김승수 전주시장 취임 이후 같은 경우를 맞이한 모양새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 재임 당시 문제의 전주종합경기장(12만㎡) 터에 쇼핑몰과 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과 200실 규모의 호텔 건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롯데쇼핑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신임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역상권 붕괴가 우려된다며 롯데쇼핑 주도의 개발사업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결국 송 지사 자신이 전주시장 시절 추진했던 사업이 재검토되는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 전북도 이지성 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전임자 흔적 지우기 차원이라면 차라리 ‘그렇다’고 속시원히 털어놨으면 좋겠다”며 “도대체 전주시의 속내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처럼 두 기관의 대립이 날카로워지자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기관의 갈등에 지난 6일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과 박현규 전주시의회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행선만을 달려온 전북도와 전주시의 입장 변화에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기존 입장을 버리지는 않고 있다. 전북도는 “당초 도의회에서 의결했던 무상양여 조건인 대체시설 건립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4자 실무협의가 이뤄진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4자간 협의체 개편 제안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면서도 컨벤션센터 우선 건립 중단 주장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유재산 양여계약’은 올 12월 만료된다. 올해 안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장 개발은 물거품이 되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의 제안으로 4자간 협의체가 구성돼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