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29일 청룡영화제에서 레드카펫 위를 걷는 이나영. 오른쪽 사진은 염정아와 보디가드. 임준선 기자 | ||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레드 카펫’ 걷기. 웬만한 스타급이 아니면 레드 카펫 걷기가 만만치 않은데, 그 중 우리가 몰랐던 재미난 사실 하나.
레드 카펫을 걸으면 보통 ‘포토라인’이라고 해서 연예인들이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곳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다! 이유는? 보통 여배우나 미남 배우들에겐 각종 유명한 의류업체와 보석업체에서 협찬을 해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선 ‘선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여배우와 꽃미남 스타들이 사진 한 장 찍기 위해서 줄을 선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데, 더 재미난 일은 대기실에서 벌어진다. 보통 스타급 연예인들은 식이 시작되기 전에 대기실에 있는데, 그 앞에 기자들이 쭉 ‘도열’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인다.
이때 여배우가 하고 온 보석이나 의상이 관심의 초점이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옷이 어디 브랜드냐고 묻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유명 여배우들이 윗도리는 어디 것, 치마는 어디 것, 목걸이는 어디 것이라며 일일이 친절하게 답해준다. 대단한 홍보 전략인 셈이다.
사람 성격에 따라서 취재에 응하는 모습도 다양한데, 이나영과 영화 <아는 여자>에서 호연을 펼쳐 사람들에게 선한 인상을 남겨줬던 정재영은 워낙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포토라인에서 잡힐까봐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영화배우 문소리와 함께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황정민은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워낙 평범한 인상이라 기자들이 못 보고 그냥 보내버린 것! ‘어?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인데…?’ 하며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황정민은 ‘아직도 나는 멀었는가 보다’ 하고 포토라인을 씁쓸하게 지나갔다고 고백한다.
너무나 많은 보디가드를 대동해서 식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연예인들도 상당수 있다. 이로 인해 빚어진 사연.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자질을 인정받은 소녀배우 이세영은 어머니가 매니저다. 그런데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도중 모녀가 헤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인즉슨, ‘강팀’이라고 소문난 모 연예인의 보디가드들에게 이세영의 어머니가 붙잡혀서 모녀가 헤어지게 됐던 것. 나중에 사실을 알고 사과했지만, 과잉경호는 경호를 받고 있는 연예인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 영화 <역도산>의 나카다니 미키(왼쪽)와 설경구. | ||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되는 각종 연말 시상식장. 그곳엔 화려함만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시상식장에 가야 할 지 고민인 스타가 있는 반면, 불러주는 곳은 없지만 반드시 객석에 참석해야 하는 연예인도 상당수 있다. 소위 ‘잘 못 나가는’ 연예인들인데, 그들은 객석에 연예인이 너무 없을 경우의 썰렁함을 대비해서 연기자협회를 통해서 꼭 식장에 참석하라는 내용을 하달 받는다.
자신이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들러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씁쓸한 일. 만일 참석하지 않을 경우 방송국에 밉보여서 캐스팅에서 제외될까봐 참석하는 이들이 많다.
알아주는 이 없는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박수를 치는 그들 모습에서 묘한 감동을 받기도 하는데, 쌀 한 포대씩을 짊어지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선 더한 애잔함을 느낀다. 별로 벌이가 없는 그들을 위해 방송국에서 마련한 작은 선물인데, 일일이 출석 체크를 해서 마지막에 식이 다 끝난 뒤에 쌀 한 포대씩을 나눠준다. 화려한 시상식장 뒤엔 이런 남모르는 풍경도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