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잡지사 기자로부터 ‘인터뷰 에피소드’를 전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는 ‘여기자’가 겪고 있는 불합리함과 고초에 대해 다루고 싶다는 취지를 밝히더군요. 기자는 ‘여자’의 신분이 때로 유리하기도 불리하기도 했던 점들을 나열했고, 그 역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더군요. 그 중 한 가지 해프닝(?)을 전해볼까 합니다.
기자 B씨가 최근 유명세를 탄 영화감독 A씨를 인터뷰하며 겪었던 일입니다. A감독과 한 시간여쯤 인터뷰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B기자는 좀 더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은 생각에, “인터뷰 시간을 좀 더 달라”는 부탁을 조심스레 건넸다고 합니다.
그런데 A감독은 “인터뷰 때문이냐, 내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이냐”고 묻더랍니다. 그 상황에서 B기자는 딱 잘라 “일 때문이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하네요. “워낙 감독님 팬이다”는 얘기를 덧붙였고, 이에 감독은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상황에서 터졌습니다. A감독이 B기자에게 “손을 잡고 얘기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던 겁니다. 여기서 B기자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익히 A감독의 ‘밝힘증’을 들어 알고 있던 B기자는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기서 인터뷰를 포기할 것이냐, 손을 잡혀줄 것이냐….”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B기자는 A감독에게 ‘손을 잡도록’ 했답니다. 글쎄요. 좀 더 진솔한 얘기를 끄집어내고 싶던 B기자의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손을 잡힌 채 얼마간 얘기를 더 나누던 B기자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그만 인터뷰를 접었지만,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제 주변의 인사들에게 전하니, 많은 남자들이 여기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던 두 ‘여기자’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얘기를 끝냈답니다. 감독에게 잘못이 있었고, 명확한 의사표시를 못한 부분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같은 여성인 제게도 비슷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에 “정말 혼란스러웠겠다”는 한마디를 그에게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라인 기사 ( 2024.12.13 1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