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렉산더>의 한 장면. | ||
운동 끝나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체육관을 나서며 맥주 집으로 향했다. 그는 연거푸 맥주잔을 들이켰고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가 취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가서 한잔 더 하자고 했다. 사실 택시 타고 나다니기에는 조금 추운 날씨였다. 귀찮은 마음에 그의 집으로 따라 나섰다.
30년 산 발렌타인은 취한 몸에도 잘 받았다. 이미 거나하게 취했지만 자꾸 술이 들어갔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문제는 잠이 든 다음이었다. 그는 잠들지 않은 채 뒤척이는 듯하더니 손을 아랫도리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의 몸은 남자가 보기에도 꽤 섹시하게 다듬어진 근육질이었고 ‘감도’는 최상이었다. 그래서 들키지 않게 가만히 있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웬만한 여자의 기량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결국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움직임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원하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신음 소리는 그에게 일종의 긍정 신호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그는 남자가 좋아하는 성감대를 모조리 꿰뚫고 있었다. 하긴, 왜 아니겠나.
<알렉산더>의 알렉산더 대왕은 동성애자였다. 역사적으로 사실로 인정되는 이 부분은 올리버 스톤의 서사극 <알렉산더>에 꽤 솔직하게 재현된다. 알렉산더는 포악한 아버지와 삐뚤어진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했고 어두운 과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복을 해댄다.
남색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자보다 남자와 있을 때 좀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당시 그리스에서 동성애는 보편적인 것이었다는데 알렉산더는 친구 ‘헤파이션’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건 단순한 쾌락 이상의 유대감이었다.
쾌감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알렉산더와 달리, 쾌락의 끝에서 불현듯 여자와 섹스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불쾌감이 엄습했다. 그건 그저 성감대를 극도로 자극하는 데서는 얻어질 수 없는 심리적 충만감이었다.
그렇게 일이 끝났다. 하지만 마무리는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말했다. “생각보다는 몸이 탄탄한 건 아니네? 날씬하긴 하지만 난 더 탄탄한 몸을 좋아해.”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그날 밤 결국 게이한테 겁탈을 당한 데다 차이기까지 한 셈이다. 웃음이 나왔다. 금욕은 이제 그만. 정말 누구라도 풍만한 가슴과 요염한 미소를 지닌 여자라면 당장 투신하리라.
지형태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