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의 춘향전에는 알려진 바 없어...사실상 최초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박용식ㆍ서유석 교수는 경상대 도서관 소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판소리 춘향전에 임진왜란 때 왜적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충절의 화신 논개가 등장한다고 20일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춘향전에는 논개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춘향전에 논개(이암씨)에 대한 내용이 세부적으로 설명되는 판본을 처음 확인한 것이어서 22일부터 3일간 진주성 일원에서 열리는 ‘진주논개제2015’를 앞두고 지역 문화계와 학계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경상대 도서관(관장 허권수 한문학과 교수)과 박용식ㆍ서유석 교수에 따르면, 경상대 문천각 ‘아천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별춘향전>(경상대본 춘향전) 75장본에 ‘진주 기생’ 논개가 등장한다.
<별춘향전>은 2005년에 배연형 동국대 교수가 연구해 학계에서 ‘경상대본 춘향전’으로 명명된 바 있다.
또 경상대 도서관 ‘춘추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오가전집>에 수록된 ‘춘향전’에도 다시 등장한다.
문천각 아천문고 소장 별춘향전 75장본
-신관사또 문초에 춘향이 논개의 예를 들어 반박
<별춘향전>에서 논개는 춘향이 신관사또에게 문초를 당하면서 등장한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임을 주장함과 동시에 이 도령에 대한 정절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다.
이때 춘향은 기생에게 정절이 없다는 신관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과 같이 신의와 충절을 알고 있는 기생들의 이름과 그 사례를 꼽는다. 그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이암씨’ 다시 말해 ‘논개’다.
서유석 교수는 “‘이암’, 혹은 ‘이암이’란 논개가 의거한 촉석루에 있는 ‘의암(義巖)’의 경남 방언이다. 진주 일대 민요를 살펴보면 ‘논개’라는 이름보다는 ‘이암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이는 결국 논개가 촉석루와 의암, 그리고 진주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의인(義人)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근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선유 명창이 남긴 <오가전집>을 살펴보면 역시 ‘춘향가’에 논개가 등장한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임진왜란 분분시에 평양감영에 월선부인 진주 병영 논개 우리 남원골 춘향이가 나씨니...’
여기서 등장하는 논개 역시 춘향의 정절을 설명하는 데 인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춘향이 자신의 정절을 지킴으로써 논개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는 의로운 기생이 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논개가 진주의 의인임은 판소리 문학에서도 확인
서유석 교수는 “논개의 충절이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에 이렇게 등장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충절이 춘향이 드러내고자 하는 정절보다 더 큰 의미를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에게 정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힐난하는 신관사또에게 춘향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질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기생이면서도 개인적 정절을 넘어서 나라에 대한 충절을 보여준 논개가 앞서 존재했으니 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편제 소리의 주요한 향유 지역 중 하나였던 진주에서 논개가 등장하는 판소리 사설이 발견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별춘향전>은 진주의 국문학자이자 교육자인 아천 최재호 선생(1917~1986)의 소장본이었다.
나아가 진주와 경남 서부지역의 창자들이 판소리 학습과 연행에 사용했던 ‘소리책’의 하나였다.
따라서 ‘춘향가’ 사설을 구성하면서 ‘이암씨(논개)’를 언급했음은 당연한 이치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명창 이선유의 <오가전집>에 다른 판소리 사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논개’가 등장한 것도 똑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