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그 사람들>의 주인공 한석규와 백윤식(금속탐지기는 합성임). | ||
좌석권을 가진 분들은 이쪽으로, 없는 분들은 저쪽에 한 줄로 서주세요.”
가방은 따로 맡긴 채, ‘X레이 검색대’를 통과했다. 순간 ‘삐비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 금속제품 가진 거 있나요?” “시계랑 휴대폰밖에 없는데요.” “보여주세요. 시계는 차고 계신 거면 됐어요. 지나가세요.”
그동안 가방은 입을 벌린 채 속속들이 내용물이 ‘검색’됐다. 홍보 담당자로부터 ‘짐을 간편하게 가지고 오시는 게 편할 거예요’라는 얘기를 미리 들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평소보다 든 것이 적었던 가방은 ‘무사통과’돼 다시 기자의 손으로 전해졌다. 그리고는 시사회장 안으로 입장, 미리 이메일로 전달받은 좌석권에 적혀진 번호를 찾아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곁에 앉은 한 기자는 “기분이 묘하네요. 뭐 죄진 거 같기도 하고…”라고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무대 인사를 위해 앞으로 나온 MK픽처스 심재명 사장은 “이렇게 불편하게 해놓고 영화가 별로이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 현장. 가운데 X레이 검색대가 보인다. | ||
동원되는 장비들도 여럿이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X-레이 검색대’와 ‘금속탐지기’는 기본. 여기에 때에 따라 적외선탐지기까지 등장할 때도 있다. 보안검색 경호전문업체 ‘가드원’의 하창준 과장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적외선탐지기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외국에서는 상영중에 적외선탐지기가 장착된 안경으로 극장 안을 ‘감시’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조그만 불빛도 크게 확대돼 보이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쉽다고 한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 국내에서는 이용되지 않고 있다. 하 과장은 “일전에 시사회 준비중 제안을 한 적은 있으나 금액이 부담돼 영화사에서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외화의 경우엔, 휴대폰 반입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 물론 디지털 카메라 역시 사전에 맡기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야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 <그때 그 사람들>의 시사회에선 카메라 때문에 사진기자들은 상영관 밖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반지의 제왕3> 시사회 때도 보안을 담당했던 하 과장은 “휴대폰의 성능이 좋아져 동영상으로 여러 번 나누어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만큼이나 타격이 크다. 그러나 워낙 크기가 작아 일일이 찾아내기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안검색 전문업체들은 시사회뿐 아니라 콘서트나 각종 행사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VIP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영화 경호’까지 맡게 된 것은 외화 시사회에서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영화 홍보담당자는 “최근엔 대부분의 영화 배급사들이 시사회에서 보안검색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엔 국내영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변화된 시사회 풍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