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별은 ‘우리보다 못하다’
▲ ‘생활고’에 시달렸던 진재영(그래픽 처리). | ||
세 달 전 친오빠의 돌연사로 아직도 그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탤런트 겸 영화배우 진재영은 생활고로 인한 시련을 혹독하게 경험한 케이스다. 몇 년 전 뜻하지 않게 방송을 접어야 했던 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몇 달 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방 밖으로 나왔을 때는 집안 형편이 너무나 기막히게 변해있었다. 세금 때문에 집은 차압이 되었고 돈은 한푼도 없었다. 집안에서 1천원 짜리 지폐 한 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벼룩시장’ 등을 뒤지며 아르바이트할 곳을 찾았지만 마땅히 할 만한 일이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연예인은 방송 일을 그만두고 나면 정말 할 게 없다’라는 사실을.”
진재영의 고백은 많은 연예인들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절감하는 문제다.
지금 한창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탤런트 김명민은 무과에 낙제해 서른 한 살의 늦은 나이에 출사했던 이순신처럼 긴 무명 시절을 견뎌냈다. 96년 SBS 공채탤런트 6기로 뽑혔지만 이렇다 할 배역이 돌아오질 않았다. 2001년 장진영과 주연한 영화 <소름>에서 진가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한 장진영과 달리 그는 다시 ‘무명’이라는 이름에 묻히고 만다. 영화가 개봉하던 해에 결혼한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내 몰래 막노동일을 했다고 한다. 김명민은 그 때 다행히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몰라봐서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웃으며 회상한다.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말아톤>에서 조승우 아버지역으로 나온 영화배우 안내상 역시 무명시절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여러 편의 단편영화와 박중훈과 정진영 등이 나와 사투리 향연을 펼친 영화 <황산벌>에도 출연했지만 ‘막노동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까지 영화를 찍고 부랴부랴 노동판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 김명민(왼쪽), 안내상 | ||
스타라고 해서 꼭 풍요롭게 사는 건 아니다. 아무리 스타라 하더라도 CF를 많이 못 찍고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액수의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수입이 아닌 이상 늘 쫓기는 심정으로 살아가게 된다.
개그우먼 이영자는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유학을 무척 가고 싶어 했지만, 온양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그 꿈을 스스로 접었다. 아직까지는 좀 더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얼마 전 미국 유학을 다녀온 개그우먼 박경림은 행복한 케이스다. 박경림 역시 어린 시절 집안이 넉넉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