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는 대한민국 입국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힌 것. 국적 회복이 아닌 입국 허용만 돼도 좋다는 입장을 밝히며 입국이 허용돼도 대한민국에서 연예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는 결국 국적 회복이나 연예계 복귀가 아닌 대한민국 입국 허용을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직 대한민국의 여론은 스티브 유에게 매우 냉랭하지만 입국 허용 정도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심경 고백을 준비한 까닭에 대해서도 “뭔가를 해명하는 의도나 다른 논란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제가 자꾸 거짓말쟁이로 표현되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라며 “(첫 심경고백은) 13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죄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난 거짓말쟁이가 됐고 이제 세금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래서 또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게 제 잘못이지만 해명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번 두 번째 심경 고백 역시 각종 의혹을 깨끗하게 해소하진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진정성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선 엇박자가 났다. 자세한 언급이 필요한 부분은 간단하게 지나가고 간단한 언급이면 될 부분은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 마디로 강약 조절의 실패다.
우선 지난 해 한국 측에 군 입대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는 부분이다. 사실 그리 중요한 대목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다시 군대를 가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고민을 했지만 76년생인 자신은 군 입대 제한 나이가 만 36세이기 때문에 무산됐다는 게 당시 발언의 요지다.
이후 병무청은 지난 해 스티브 유와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국적회복허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38세부터 군 면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스티브 유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당시 스티브 유는 ‘한국 측 관계자’라고만 언급했고 이는 단순한 지인으로 풀이될 수도 있었다. 한국 측 관계자를 병무청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과도한 해석일 수 있는 발언 내용이다.
그렇지만 26일신 현원프로덕션 측이 27일 방송을 통해 ‘지난 해 입국 의사를 표명하고 병무청과 접촉했다’는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만약 스티브 유가 지난 해 병무청과 접촉했다고 밝힐 경우 이는 병무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27일 두 번째 심경고백 인터뷰에서 스티브 유는 “지인을 통해 대한민국 육군 소장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됐다”며 “군 입대 의사를 밝히자 그 분이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힘든 결정 했다고 나를 응원해줬다. 그 분은 올해 들은 소식 가운데 가장 좋은 소식이라며 잘 될 수 있도록 힘써 보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3일 뒤 지인을 통해 나이 제한으로 군 입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게 스티브 유의 주장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스티브 유의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었다. 군 관계자 정도로 언급하면 좋았을 상황에서 육군 소장이라고 밝히면서 과연 그가 누구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티브 유와 통화한 육군 소장이 누군지가 드러날 경우 당사자는 원치 않는 구설에 오르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스티브 유는 육군 소장이 누군 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며 “그분께서도 나를 도와주려 했는데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역 육군 소장은 그 수가 제한된 이들이라 군 내부에선 그가 누구인지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성룡의 JC그룹 인터내셔널과 전속계약이 해지된 상황에 대한 설명은 너무 구체적이지 못했다. 스티브 유는 “지난 2008년에 성룡 형님 회사와 5년 계약을 했고 2년 전에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그 이후에도 성룡 형님 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성룡 형님은 자유롭게 중국에서 활동하고 제 꿈인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지금도 JC그룹 인터내셔널과 계속 협력 관계로 가고 있으며 나를 전담하는 팀도 있다”고 밝혔다.
병역법 등 국내법에 대한 부분은 스티브 유가 잘 모를 수 있는 영역이지만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부분은 그가 잘 아는 영역이다. 한국 연예계만 놓고 본다면 분명 스티브 유의 소속사 문제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이미 전속계약이 끝난 연예인을 위해 전담팀을 꾸려 연예계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부분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룡과 스티브 유가 가까운 관계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계약금 등을 받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방식 등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은 전속계약과 이에 따른 수익 분배로 관계를 맺는 관계인데 지금 스티브 유와 JC그룹 인터내셔널은 그런 관계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부분은 본인이 잘 아는 영역인 만큼 깔끔하게 의혹이 해소될 만큼 설명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냥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주는 선에서 끝났다.
가장 큰 관심사는 지금 스티브 유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정식으로 인터뷰를 신청하는 등 대한민국 입국을 위해 공식 절차를 밟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유승준이란 사람이 출입국사무소 혹은 법무부 대변인 측과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게임으로까지 상황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스티브 유는 “지인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다”라며 “어떻게 하면 다시 한국 땅 밟을 수 있는지 출입국 관리소에 요청해 달라고 부탁해 놨는데 연락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터라 이 부분 역시 기존에 알려진 스티브 유 측의 입장과 전혀 다른 부분이 없다.
결국 각종 의혹을 해명을 해명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시작된 2차 심경 고백 인터뷰는 육군 소장 발언을 제외하면 새로운 부분이나 구체적인 해명이 거의 없었다.
물론 눈물까지 보이며 대한민국 땅을 다시 밟고 싶다는 스티브 유의 개인적인 진정성은 어느 정도 잘 드러났다. 그렇지만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고 법무부와 병무청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이 될 것’이라는 애초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심경 고백 인터뷰 방송이 됐다. 또한 육군 소장이라는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는 심경고백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