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이냐 필패론이냐
김 위원장은 교육감 시절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비롯해 굵직한 공교육 혁신을 단행했다. 그가 진보진영 내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은 기폭제가 됐다. 특히 그는 교육감 시절 측근들에게 ‘큰 꿈’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진보진영 내부에서 논의된 ‘2014년 경기도 교육감→2017년 차기 대선 출마’ 플랜을 거부하고 통합신당(현재 새정치연합)행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한국의 정치 질서를 만드는 길에 나서기 위해 교육감 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기성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다. 김 위원장의 합류로 기세를 올린 제1야당은 ‘박원순(서울)-김상곤(경기)’ 투톱 체제를 전면에 내걸고 지방선거 압승을 자신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친환경무상급식’ 이슈로 경기도는 물론, 전국을 요동치게 한 김 위원장은 ‘무상버스’ 공약을 들고 나왔다.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도 “공짜 버스가 웬 말이냐”라며 십자포화를 맞은 그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해 3월 23일과 24일 이틀간 경기 유권자 708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6%가 ‘무상버스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의 반대 의견도 55.3%에 달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당내 경선에서 김진표 후보에게 패했다. 절치부심하던 김 위원장은 같은 해 7·30 재보선 때 경기 수원을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백혜련 후보가 전략 공천을 받으면서 또다시 높은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혔다. 당 한 관계자는 “조직도 없고,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내놓는 김 위원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김진표 후보 측이 손학규계, 원혜영 후보 측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등의 지원을 받은 것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주로 시민사회단체와 교수그룹에 의존했다. 7·30 재보선 땐 김한길·안철수 당시 공동대표가 ‘백혜련 카드’를 선택하면서 패잔병으로 전락했다. 김 위원장은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자신을 돕는 교수그룹 등 90여 명에게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원내 조직이 아닌 원외 조직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원외 인사 영입에 대한 블로킹 정황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혁신위 부위원장 1순위로 거론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영입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친노(친노무현) 성향인 조 교수가 혁신위에 들어온다면, 자신이 팽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범친노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조국 카드를 원하는 만큼, 혁신위 참여가 유력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누구와 척을 지는 정치가 아니라 혁신과 통합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구축해야만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