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바뀐 뒤 유야무야…포기 수순?
무등산 정상 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요구가 높지만 방공포대 이전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사진은 2011년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에 참여한 광주시민들.
# 광주 군 공항 이전 난제 중 난제
4대 군 시설 이전 현안 중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최대 난제로 꼽힌다. 지난 2013년 국회에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광주 공군비행장 이전을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련됐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군 공항 이전을 완료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국방부에 이전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첫발을 뗐으나 국방부의 이전 타당성에 대한 답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설령 국방부가 이전 타당성에 동의하더라도 당장 이전절차의 첫 단계인 이전 후보지 선정부터 해당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등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조 원이 넘는 재원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방부를 설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광주시와 전남도(무안)가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충돌해 온 점은 이 같은 우려를 대변해주고 있다.
# 31사단 이전 ‘잠정 중단(?)’
31사단 이전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분위기다. 전임 강운태 전 광주시장은 ‘이전’에 방점을 두고 추진했으나 현 윤장현 시장은 ‘존치에 대한 경제성’을 들고 나와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 전 시장은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전화를 통해 구두로 협의해 북구 오치·삼각동 일원에 있는 31사단을 광주 경계 내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직 윤장현 광주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윤 시장은 지난해 9월 북구청 순방에서 “군부대 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존치나 이전에 따른 경제성 검토 등을 지시한 바 있다. 윤 시장은 “과거 상무지구에 상무대가 있었을 때는 지역 경제의 반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주에 보탬이 됐다”면서 “군부대 이전시 재정 문제, 대체 부지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31사단 이전 추진 계획은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1955년 북구 오치·삼각동 일원에 터를 잡은 향토사단인 31사단 이전 문제와 관련, 2011년과 2003년 국방부에 이전 협의를 요청했으나 아직 묵묵부답이다. 최대 4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이전 비용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구두약속을 했다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6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도 악재다.
#평동 군 훈련장, 장성군 설득이 관건
평동 군 훈련장의 장성 상무대 이전도 이전 지역인 장성군의 거센 반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광주시와 육군보병학교는 지난 2011년 4월 평동 군 훈련장의 이전을 추진하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951년 포사격장으로 사용된 지 60여년만의 일이었다. 사업기간은 2017년까지로 정했다. 이후 광주시와 육군은 이전지를 장성 상무대 종합훈련장으로 정하고 장성군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장성군으로부터 “추가 부지 매입은 반대하나 기존 군부대 영내 이전은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이전 관련 용역을 시행한 육군은 “추가 부지 매입 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용역결과를 광주시에 알려왔으며, 시는 지난 2013년 10월 장성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전사업 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장성군은 돌연 훈련장 인근 주민피해(소음·진동) 사전 검증을 요청하는 등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3월 국방부에 토지를 수용하지 않는 군사시설 이전사업은 지자체장과 협의 의무를 면제해 줄 것을 골자로 한 훈령 개정을 건의해 놓고 있다.
#무등산 방공포대 대상지 원점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른 막대한 이전 비용 마련 등은 여전히 광주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2011년부터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정상 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욕구는 커졌다. 하지만 군부대 이전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지난해 3월 강운태 전 시장이 “국방부로부터 이전 적지 1개소를 찾았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히면서 군부대 이전이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지만, 이는 구두 상으로 오고간 얘기로 판명됐고 결국 유야무야됐다.
최근 들어 국방부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30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이 군부대 이전을 압박하고 나서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과 관련해 상생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군부대 이전의 실제 추진 자체는 여전히 난망인 상태다. 중요한 전제조건인 이전 대상지 선정과 사업비 확보 작업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부는 강 전 시장이 밝혔던 ‘이전 적지 1곳’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유효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이전 대상지 선정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사업비도 당초 300억~500억 원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들어 국방부는 800억~900억 원 정도로 추정치를 변경하고 나서 설상가상의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광주시와 환경부, 국방부가 서로 미루는 듯한 양상이 계속되면 그만큼 부대 이전이 늦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광주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군 시설 이전 사업들이 민선 6기 들어 줄줄이 지연·중단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이유인즉 사업 추진의 주체였던 강운태 전 시장이 재선 실패로 물러나고,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추진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의 주체인 광주시와 국방부 등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사업 포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군 시설 이전 없이는 광주발전의 마스터플랜도 없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