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가 오버하니 빈이도 따라하네
▲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빈(왼쪽), 김선아 | ||
1. 현장이 훨씬 재밌다던데?
“김선아씨는 쾌활하고 털털하고 현빈씨는 얌전한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 현빈씨가 촬영장 분위기에 동화됐는지 장난도 치고 은근히 웃기던데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조연출을 맡고 있는 강대선 PD의 말이다. 인간성 좋기로 유명한 김선아의 성격은 촬영장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그런가 하면 김선아에 비해 한참 후배인 현빈은 초반 적잖이 긴장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엔 김선아에게 먼저 장난을 칠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고.
이 모두 드라마가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 촬영장은 아무래도 ‘썰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촬영장은 언제나 활기에 넘친다. 시청률도 그렇지만 주인공 ‘삼순이’를 연기하고 있는 김선아가 촬영장의 가장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김선아의 매니저 이동욱씨는 “여배우들과 같이 일하다보면 피곤하게 하는 성격도 많은데 김선아씨는 사람을 웃길 때가 많다”고 전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작진이 스스로 평하는 점들은 무엇일까. 강대선 PD는 “아무래도 요즘 젊은 층들의 마음을 잘 읽은 점이 주효한 것 같다. 또 맛깔스런 대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도 크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윤철 PD 또한 누구보다 김선아에게 공을 넘긴다. 그에게 ‘진짜 쓸 만한 연기자’라는 평까지 건넸을 정도.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김삼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학벌, 몸매, 외모 어느 것 하나 변변치 않고 나이까지 많은 데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있는 김삼순의 모습은 바로 내 자신의 모습과도 꼭 닮아 있기 때문이다.
2. 김선아표 리얼연기 실체?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를 보며 감탄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차마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망가진 연기를 온몸으로 해내고 있는 것.
그 예로, 몇몇 장면들을 살펴보자. 남자친구가 새 애인과 호텔에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차인 뒤, 김선아가 달려가 펑펑 눈물을 쏟은 곳은 다름 아닌 남자 화장실. 이곳에서 현빈(현진헌 역)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김선아의 얼굴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눈물에 뒤범벅된 상태였다. 마스카라가 온통 번져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었을 만큼. 그런가 하면 맞선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지만 현빈의 방해로 망신을 당한 김선아는 홀로 노래방에서 ‘쌩쇼’를 벌이는가 하면 온갖 술주정을 부리면서 추태를 부린다.
▲ 김선아는 여배우로선 차마 하기 힘든 연기를 온몸으로 소화했다. 덕분에 현빈은 김선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음식물을 뒤집어쓰는 등 수난을 당했다고. | ||
그런데 제작진에 따르면 오히려 방송을 타지 못한 편집 장면들이 더욱 ‘압권’이라고 한다. 김선아는 주로 ‘컷’ 바로 직전에 한마디씩 애드리브를 치는 스타일인데, 이 장면들이 대부분 편집돼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것.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그 장면들만 모아놔도 한편 분량은 족히 될 것이다. 정말 아까운 장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선아의 열성적인 연기 덕분에 상대 배우 현빈의 수난도 대단하다. 얻어맞는 것은 보통이고, 밥을 먹다가 김선아의 입 속에 있던 내용물들이 얼굴을 뒤덮기도 했다. 현빈의 매니저 왕기영 팀장은 “밥알 몇 개가 튀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뱉는’ 수준이었다. 수난을 많이 당하고 있지만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3. 인기만큼 논란도 많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원작소설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원작소설과 드라마와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 초반 논란을 불러왔던 과도한 ‘욕설 장면’은 소설보다 한층 수위가 높았다. 김삼순이 현진헌에게 쏟는 대사 중에는 ‘삼식이’라는 귀여운 애칭도 있지만, 방송용으로는 다소 부적절한 언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청률을 의식한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김선아의 ‘오버연기’에 대해서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제작진 또한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심각히 고민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연출 강대선 PD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욕설 장면이 많다는 의견이 있어서 내부에서도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얼토당토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대사가 아니었고 극중 설정 자체가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드라마가 ‘15세 자막’을 달고 나가는데 15세 이상이 봤을 때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김선아가 취중에 현빈에게 ‘당했다는’ 오해를 하고 심한 말을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실제로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현실 속에서는 더욱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대선 PD는 “그럼에도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나간다는 점은 항상 고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욕설 장면에 대한 지적으로 인해 고민은 많았지만 제작의 틀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한다. 또한 애초부터 스토리 전개상 중후반으로 가면서 자연스레 대사의 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그와 같은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 네티즌 사이에 화제를 모은 김선아-현빈의 키스신. | ||
이 외에 드라마로 인해 부가적으로 ‘뜨는’ 간접홍보 상품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눈에 띌 정도로 협찬상품이 과도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으나, 극중에 등장했던 영화 <미지왕>이나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는 자연스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특정 영화나 노래를 띄우려는 바는 없다. 그러나 우리 드라마로 인해 만약 도움을 받는 이들이 생긴다면 그건 좋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극중에서 현빈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보나뻬띠’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크다. 이 레스토랑은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HIPPO’라고 한다. 이곳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드라마의 촬영장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원래는 영업을 했던 곳인데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잠깐 휴업중이라고. 제작진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 다행인 셈. 촬영장 섭외를 담당하는 한길훈씨는 “영업중인 곳이라면 그만한 레스토랑의 경우 수천만원 정도 드는데 이곳은 월 5백만원 정도에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타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의 경우 레스토랑 대여료로 한번 촬영할 때마다 2백만원씩 준다고 한다.
레스토랑에 이어 섭외가 힘들었던 곳은 현빈의 오피스텔이라고 한다. 이곳은 여의도에 있는 대우트럼프월드인데, 외관을 촬영하는 데만 4개월에 2백만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고급 주택의 경우엔 오히려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내부촬영은 세트에서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