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낚이지 않겠다’
지난 2일 tbs교통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한 안 전 대표는 “혁신은 대표의 몫이다”라면서 “리더가 구체적으로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이끌어나가는 게 혁신이다. 다른 전문가 불러서 할 수 있는 게 혁신이 아니다”라며 혁신위원장직 제안 거절 배경을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더 이상 낚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로 보여졌다. 문 대표가 과거 대선 때도 그랬고 지금도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을 이용해 그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보좌관은 “정치인을 보면 처음 일어났던 과거가 실수를 빚어내거나 악수를 두게 만들 때가 많다. 안 전 대표도 과거 대선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예전 실패에 집착해 현재의 상황을 그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측근들이 떠나는 것에 대한 집착도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안 전 대표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김한길 전 대표 비서관이었던 서양호 보좌관은 안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돕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약 1주간 서 보좌관은 안 전 대표와 정치적 의견 차이로 사실상 안 전 대표 의원실 방을 나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대표의 간곡한 청에 서 보좌관이 돌아왔고 이는 다시 ‘과거에 집착하는 안철수’로 비쳐지기도 했다.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떠난 것을 아프게 생각한 안 전 대표가 이번에는 꼭 서 보좌관을 잡기로 마음먹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정치적 의견 차이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 측은 “1주일간 휴가 갔다고 생각해 달라”며 “서 보좌관은 현재 정무와 공보 등을 두루 맡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넘어졌을 때는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은 한 번 스텝이 꼬였을 때 넘어진 김에 잠시 앉는 것이 좋을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꼬인 스텝을 회복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다 아예 구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생각에만 매몰돼 오히려 그 실패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 와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빨리 과거의 트라우마를 털어버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