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총선용 치적쌓기? ‘이슈화’는 성공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3선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것도 가장 치열하고 확실한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이룬 업적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소위 ‘극보수’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런 극보수 정치인이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선상카지노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딘가 보수 정치인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정책이라는 시선도 나왔지만 유 장관 입장에서 자신의 ‘색깔’을 내기에는 카지노가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그의 취임 시점은 세월호 1주기와 맞물렸다. 오는 10월 정치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해수부 장관으로서 입지는 좁아졌다. 선상카지노는 이런 유 장관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상카지노를 밀어붙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텃밭인 부산의 치적을 하나 쌓을 수 있다는 매력을 지녔다. 부산은 제주도, 인천과 더불어 크루즈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는 지역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유 장관이 복잡한 셈법을 자처한 이유다.
# “날 우습게 봤다” 김종덕 장관의 일침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김 장관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8년간 영상대학원장을 맡았다. 정치권 인맥이 없을 정도로 학문에 집중했다. 청와대에서도 김 장관을 “문화융성의 국정기조를 실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선상카지노를 두고 “해수부와 협의된 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부처 간 엇박자를 냈다. 주변에서는 정무 감각 부족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당연히 따라 붙었다. 청와대도 김 장관의 돌출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물과 기름’ 어느 한 곳 같은 곳이 없다
유 장관과 김 장관은 성격부터 출신, 학연, 지연 등 일치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장관의 상반된 스타일이 선상카지노 도입을 이슈메이커로 만들었다”고 귀띔한다. 사실 선상카지노 자체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도 선상카지노가 도마에 올랐지만 오래가지 않았던 것도 사행성 여부에 대해 확실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장관의 기싸움은 선상카지노 문제를 확산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 장관이 하루사이 즉각 반박에 나선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지금의 모양새를 보면 김 장관은 유 장관의 정치 게임에 빠진 셈이다. 유 장관의 도발에 넘어온 김 장관이 말려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 장관의 정치적 감각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인맥 작업도 수월하다. 무엇인가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신뢰 부분으로 접근하면 김 장관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정치 색깔이 없는 김 장관의 발언이 정부 안팎에서 유 장관보다 더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장관의 발언 이후 선상카지노 반대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5월 7일 유 장관이 연내 선상카지노에 대한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 발언, 8일 김 장관이 국적 크루즈에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하자 강원도 등 지자체는 일제히 반대 성명에 동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5월 10일에는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태백·삼척·영월·정선)이 카지노 내국인 출입에 관한 지역 특수성과 강원랜드 독점권 상실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 같은 달 20일에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도박의 폐해를 거론하며 “땅에서 안 되는 것은 바다에서도 안 된다”며 절대 불가 방침으로 유 장관을 압박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장관은 정부부처에서도 상당히 불편한 사이로 정평이 나 있다. 성격 자체가 전혀 다르다. 앞으로도 자주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시작된 싸움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물러서야 한다. 이미 크루즈법이 통과된 해수부가 기득권을 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민 언론인
선상카지노 왜 논란 이나 카지노 지역 영월 ‘부글부글’ 선상카지노 허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도 나오고 있다. 먼저 국내 대표적 카지노 지역인 영월지역의 경제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영월지역 50여 개 사회단체는 최근 “해양수산부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선상카지노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경기 회생 불씨를 지피고 있는 폐광지역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인 데다 영종도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이 발표되면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내국인 출입 카지노 확대 문제마저 거론되고 있는 현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선상 카지노가 중독성이 더 치명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강원랜드 이용객들의 평균 소비시간이 7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선상의 폐쇄된 공간에 갇혀서 일정한 게임에 몰입하는 망망대해 속 5시간의 치명성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도박 천국’의 오명을 그대로 이어나가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이 5.4%로, 영국·호주 등 외국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동시에 국민의 64%가량은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임을 염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상카지노 허가 논란은 또 다른 불씨를 낳고 있다.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