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젠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유승준. | ||
지난 7월27일 새벽 5시20분. 유승준은 미국 LA발 중국국제항공을 통해 베이징 수도공항으로 입국했다. 비교적 선선한 날씨의 베이징,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 공항은 다소 썰렁했다.
공항을 떠난 유승준 일행이 찾은 곳은 숙소로 사용하게 될 조양(朝陽)구 소재의 한 아파트. 단기 방문이 아닌 장기 체류가 목적이라 숙소 역시 아파트로 결정됐다.
유승준은 중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한국을 떠난 뒤 3년간은 일체의 영리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모든 생활을 스스로 만든 벽안으로 격리시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당분간 베이징에서 살 게 될 것 같다. 당연히 가수로서 음반활동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적어도 3년 정도는 베이징에서 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인 오유선씨가 동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유승준은 “아직은 현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혼자 왔다”라며 “중국 현지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들어올 예정인데 빠르면 8월 말에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이 궁금해 하는 2세 계획은 아직 없다고.
그날 오후 2시경 황가호텔 1층 회의실에서 유승준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의 중국 현지 언론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그들 중의 대부분은 유승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지난 2002년 2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입국 거부를 당한 사실까지 언급하는 기자도 있었다.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 여러분이 도와주면 좋겠다. 여기서 비행기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늘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는데 한국 상공을 날아서 왔다. 언젠가 갈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갔으면 좋겠다.”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 힘겨운 표정을 보이던 유승준은 중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인터뷰가 끝난 뒤 유승준은 푸통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을 찾았다. 길이 좁아 차가 다니질 못할 정도라 인력 자전거를 타고 둘러봐야 하는 서민적인 마을 푸통에서 그는 중국 현지인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몇 년 만에 만났는데도 유승준의 몸매는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요즘에도 운동을 많이 한다. 여기에서도 숙소 부근에 좋은 헬스클럽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유승준은 “가끔 공연 때문에 미국으로 (김)종국이가 오면 같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곤 했다”며 환하게 웃는다.
김종국에 대한 유승준의 믿음과 우정은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그는 김종국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 결혼식에 참석해준 진정한 친구”라고 소개하며 “다른 (연예인) 친구들도 많이 보고 싶다”라며 한국 연예계를 그리워했다.
푸통을 둘러본 뒤 향한 곳은 ‘미식가’. 이 거리에는 온갖 음식을 파는 가판들이 쭉 들어서 있었다. 성게 튀김, 고기 꼬치 등 몇 가지 음식을 맛본 그가 더욱 관심을 가진 곳은 미식가 거리 한편에 위치한 음반 가게였다. 한참동안 음반 가게를 둘러본 그는 “중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며 “한국의 압구정동에 해당하는 번화가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천성 성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가 사천성측의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둘째 날인 28일은 점심 식사 이외의 공식 일정이 없었다. 점심 식사는 지인의 초대로 북한식당인 옥류관에서 이뤄졌다. 북한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모든 직원이 북한 사람들로 한국 관광객들도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셋째 날인 29일 오후에는 중국 현지 언론 몇 군데와 연이어 인터뷰를 가졌다. “중국 기자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유창한 중국어였다”는 유승준은 “장나라가 성공한 비결 중의 하나가 중국어 실력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하루 두 시간씩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군 문제에 대한 기사와 글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많다”는 그는 “그래도 이제는 상당 부분 마음을 비웠다”고 전한다.
“여기로 오는 비행기에서 조국인 한국의 하늘을 지날 때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 바로 저기가 내 조국 한국인데….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나는 분명 한국인이다. 지금의 날 있게 해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언젠가 꼭 한국으로 가고 싶다.”
이제 유승준은 신인가수 당시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중국에서의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 중국 기자들의 얘기처럼 그는 철저히 중국인이 되어야 한다. ‘유승준’이 아닌 ‘류청쥔’으로. 그는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달라며 “워 스 류청쥔(전 유승준입니다)”이라고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중국 베이징=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정리=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