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들 9일 만에 군산시청 점거농성 풀어
문동신 전북 군산시장과 진희완 군산시의회 의장, 위화복 한전 전북지사장은 18일 오전 군산시청에서 회의를 열고 25일까지 공사를 멈추기로 합의했다. 이는 농번기에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한전 측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농번기 기간을 물론 야간공사를 중지할 것과 송전철탑관련 고소고발을 모두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 문동신 전북 군산시장과 진희완 군산시의회 의장의 중재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야간·농번기 공사를 중단하라며 지난 10일부터 군산시청 현관 앞에서 9일째 점거농성을 벌이던 주민 50여명도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농성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또 일부 주민들이 지난달 18일부터 군산 옥구농협 앞에서 벌여온 단식투쟁도 꼭 한 달 만에 중단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송전철탑 반대 문제와는 별개로 한해 농사를 망쳐 농심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한전에 공사 중지를 요청해 합의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충돌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시적 ‘휴전’이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도 “주민들이 한해 중 가장 바쁜 농번기만큼은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공사는 절대 중단할 수 없고 25일 이후부터 콘크리트 타설 등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새만금송전철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늘 한전의 약속과 주민 철수는 작은 기간의 평화”라며 “궁극적으로 철탑 노선이 변경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부터는 다시 극한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새만금 송전선로는 새만금 산업단지 전력공급을 위해 군산변전소∼새만금변전소 구간에 345㎸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전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42기 공사를 끝냈다.
하지만 나머지 공사는 환경 파괴와 재산권 보호를 내세운 주민 반발로 2012년 4월 중단됐다. 3년여 만인 지난달 12일 재개됐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한전 측이 전체 20여개 현장에서 주민과의 마찰을 가급적 피하며 ‘치고 빠지기식’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은 “당장 그만두라”며 이날 오전까지 군산시청 현관에서 농성을 벌였다. 대책위원과 목회자 등 10여명은 지난달 18일부터 매일 옥구농협 앞에서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열었다.
이처럼 새만금 송전선로 공사 재개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한국전력 측 마찰이 계속되면서 전북 군산에서 자칫 제2의 밀양사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