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J의 연예가 앞과뒤] 스타 이미지의 안과 밖

엄정화 섹시 털털 냉정…뭐가 진짜야?

	▲ 가수로선 섹시한 모습을, 최근 영화 <오로라 공주>(오른쪽)에선 냉혈녀를 열연한 엄정화. 실제 모습은 섹시함 차가움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한 성격이라고.

화제의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아내를 배신했던 ‘반성문’ 역의 탤런트 손현주는 드라마 초반에 촬영장에서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 한 70대 할머니가 극중 아파트 촬영현장까지 직접 찾아와 두 손을 잡고 “그러면 안되지. 조강지처 버리면 천벌 받아”라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눈물까지 지으셨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연기자들의 극중 연기가 실제 그들의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다. 시청자들을 혼동시킬 만큼 실감나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이미지와 스타들의 실제 모습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혹시 서로 비슷하지는 않을까.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귀여운 연하남을 연기했던 ‘지박사’ 역의 남궁민은 드라마 속에서는 다소 까불고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과묵하기 이를 데 없는 청년이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났을 때 평소 드라마에서 보였던 이미지만을 떠올린 필자는 그에게 농담을 섞어가며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고뇌하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질문 한 질문에 너무나 진지하게 대답해 평소 인터뷰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얼마 전 보도된 이태란과의 열애설에 관한 질문에서는 너무나 정중하게 이태란에게 사과하고 급기야 열애설 보도에 관한 자신의 생각까지 피력한 시사적인 멘트에 모두 놀랐다(이 부분은 결국 편집과정에서 삭제됐다).

드라마 속 이미지와 실제가 거의 흡사한 배우로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 전도연을 들 수 있다. 전도연은 특유의 콧소리로 상대 배우에게 애교를 떨기도 하고, 촬영스태프들과도 스스럼없이 털털하게 지내기로 유명하다.

	▲ 남궁민(왼쪽)과 전도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평소 말투, 행동들이 거의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그녀의 스스럼없는 행동 때문일까. 그녀는 상대 배우들과 각종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드라마 속, 또는 영화 속 이미지 그대로였다.

드라마 속에서는 터프가이지만 실제 모습은 전혀 정반대로 ‘애교’가 많은 배우들도 있다. 탤런트 나한일의 경우 해동검도로 단련된 몸과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터프한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인 연기자다. 하지만 그의 아내인 모델 유혜영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전형적인 ‘애교남’으로 변신한다.

이혼 후 재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들 부부는 최근 유혜영이 완전귀국하면서 나한일이 기러기아빠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신혼 때와 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나한일은 아내가 부르는 곳이라면 시간 장소 불문하고 어디든지 한걸음에 모시러(?) 간다.

영화 <오로라 공주>에서 딸의 복수극을 펼치며 연쇄살인마로 변신한 엄정화는 영화 속에서 아이를 잃고 감정이 메마른 ‘냉혈녀’의 이미지를 보여줘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의 모습은 솔직발랄 그 자체다. 서슬 퍼런 칼자루를 쥐고 연쇄살인을 펼쳤던 ‘정순정’(영화 배역)과 달리 질문 하나에 너무나 길게 그것도 아주 신나서 대답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18세 소녀 같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서 남편을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진 드라마 <아내>에서의 애절한 여인, 섹시코드로 무대를 휘어잡던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 소지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탤런트 소지섭은 드라마 속에서는 다소 터프한 이미지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낯을 심하게 가린다. 작년 제주도에서 열린 한 골프대회에 미셸 위가 초대되었다. 평소 소지섭을 너무나 좋아했던 미셸 위는 행사 진행팀에게 소지섭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소지섭은 너무나 심하게 낯을 가리는 본인의 성격을 이야기하며 미셸 위와의 만남을 정중히 거절했다.

얼마 전 코믹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으로 다시 돌아온 영화배우 한석규는 평소 편안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스타라는 타이틀 때문에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은 배우다. 영화배우 신은경의 아기 돌잔치에서 축사를 해줄 연예인을 물색하던 중 몇몇 배우들이 옷차림을 이유로 단상에 서지 못하게 되자 한석규가 자진해서 축사를 낭독했다. 평소 언론에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돌출행동’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실제 많은 스타들이 자신이 쌓아놓은 이미지를 고수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스타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이미지가 단순히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모습에서도 간간이 드러난다면 그 또한 팬들의 기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