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이청연 교육감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진행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일요신문]“인천교육을 교육감 혼자서 이끌거나 밀고나갈 생각은 없다. 학교와 손잡고 가야한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결정하고 결정한 것은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이청연 교육감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진행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깊게 생각하는 배움을 위해 편안하고 여백이 있는 학교교육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청연 교육감은 지난 1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 ▲탈권위주의와 소통이 인천교육계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점 ▲인천교육의 방향을 제시한 점 ▲공정한 교육행정, 능력중심의 인사행정을 위한 조치를 강화한 점 등을 꼽았다.
이 교육감은 “다만, 교육 재정 여건 등에 의해 지체되고 있는 중학교 의무급식 등은 아쉽다”면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비를 줄여서 3~5세 누리과정 재정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누리과정을 절반 정도만 편성해도 다른 사업예산을 50% 축소했다. 내년 누리과정을 전액 편성하면 교육청 재정은 파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이청연 교육감과 일문일답.
-인천시 교육 수장을 맡은 지 1년이 됐다. 그 동안의 소회는?
수장이 아니라 인천교육지기로 하루를 일 년처럼 보냈다. 돌아보니 일 년은 하루처럼 지나간 듯하다. 지난 1년은 인천 학교와 행정을 꼼꼼히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진단은 책상 위가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수많은 분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이루어졌다.
진단 결과는 기본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새로운 것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고 나머지는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것, 교사는 행정업무보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것, 시민들은 교육청 문턱을 넘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는 것, 이것이 기본이다.
-그동안 인천교육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성과를 자평한다면.
첫째, 탈권위주의와 소통이 인천교육계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포함해 등교시간 정상화(8:40~9:00)와 두발규제 개선을 권고하고 많은 학교들이 참여했다. 교육청이 상명하복의 지시체계를 수평적 토론으로 의사결정을 점차 바꾸자 지역교육지원청과 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인천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즐겁게, 결과는 미래지행적인 학력신장으로 가자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의 방향이다. 그 모델이 ‘행복배움학교(혁신학교)’다. 셋째, 공정한 교육행정, 능력중심의 인사행정을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각종 청렴기준을 높이고 개방형 감사관 공모, 시민감사관 확대를 이루어냈다. 사무관 승진제도와 교육전문직(장학사) 선발도 시험 중심에서 역량중심 평가로 바꾸었다.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학력 향상이다. 인천지역 학생들의 학력 향상 방안은?
교육부는 학력이란 말 대신 핵심역량이란 말로 바꿨다. 우리 교육청도 그 취지에 동의한다. 시험 점수보다는 의사소통능력, 정서적 공감능력, 탐구능력, 문해력, 수리력등 역량 중심의 학력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에 따라 입시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수능만이 아니라 다양한 전형자료를 심사해서 잠재력, 소질, 전공적합성 등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됐다. 여기에 인천 학생들이 좋은 진학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학생 특성에 따른 맞춤식 진학지도가 결실을 맺고 있어 타시도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 매주 시교육청에서는 열리는 주요대학 초청 입시설명회가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교육전문직과 인천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천은 특목고 자사고의 비율이 타시도에 비해 적고 평준화가 유지되고 있어 일반고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을 최대한 살릴 것이다. 특성화고를 비롯해 실업계 학교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 과제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기초학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청에서 학습클리닉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초학력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디딤돌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청연 교육감이 앞으로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결정하고 결정한 것은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교육감 선거 당시 공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전반적인 공약은 이행계획대로 되고 있다. 30%정도의 이행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임기 초반이기 때문에 수치화된 이행률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본다. 다만 교육 재정 여건 등에 의해 지체되고 있는 중학교 의무급식 등은 아쉽다.
-무상급식 및 누리과정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은?
의무무상급식 누리과정 모두 중요한 보편적 복지다. 그러나 책임져야 할 주체가 다르다. 의무무상급식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누리과정은 보육담당 중앙부처가 책임지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 누리과정을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아서 혼란인데, 아예 내년에는 의무지출경비라는 이름으로 교육청에 떠넘기도록 못 박았다. 매우 유감스럽다. 지방교육자치의 기본을 중앙정부가 훼손하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비를 줄여서 3~5세 누리과정 재정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누리과정을 절반 정도만 편성해도 다른 사업예산을 50% 축소했다. 내년 누리과정을 전액 편성하면 교육청 재정은 파탄 수준이 될 것이다. 올해는 시청이 법정전입금을 편성하는 대로 모두 누리과정에 반영해 해결할 계획이다.
중학교 의무급식 예산은 본래 교육청의 몫이자 의무다. 인천 전체 중학교 의무급식을 시행해도 누리과정 예산에 25%수준에 불과하다. 재정상황을 감안해 중학교 1년부터, 강화군부터 연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시의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학교급식은 교육 이다. 균형 잡힌 영양, 식사 예절, 질서와 배려를 점심시간에 배운다. 또한 무상 의무급식은 가장 생생한 ‘공공복지 체험 교육’ 이다.
-인천형 혁신학교 추진 상황은
올해 초등학교 6개교, 중학교 4개교가 시행중이다. 학교문화를 바꾸어 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외부의 시선에 행복배움학교(인천 혁신학교)가 흔들리지 않아야한다. 학교문화 변화의 큰 방향을 모든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가 행복을 느껴야 한다. 올해 18개교가 준비학교로 새로 지정됐다. 이 학교 중에서 심사를 거쳐 내년에 10개교가 새로 지정될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교육청의 대응 방안은.
시교육청에 상황반을 마련하고 보건당국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으며 매일 점검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우리 교육청에 10억원이 배당돼 손세정제와 마스크등을 구비하고 있다. 매르스 예방 수칙도 각 학교에서 매일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인천교육을 어떻게 이끌고 갈 예정인가
인천교육을 교육감 혼자서 이끌거나 밀고나갈 생각은 없다. 학교와 손잡고 가야한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결정하고 결정한 것은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혁신은 새로운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덜어낼 것을 확실히 덜어내고 기본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교육청 정책 사업 정비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동양고전 ‘대학(大學)’에 `편안한 이후에 능히 깊이 생각할 수 있다(安而后能慮)`라는 말이 있다. 깊게 생각하는 배움을 위해 편안하고 여백이 있는 학교교육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