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 의원 ‘금고 이상 형 받으면 항공사 임원 금지’ 개정안 발의
사진=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회항’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설이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그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입을 통해서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프랑스 르부르제공항에서 열린 파리에어쇼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땅콩회항’ 사건 이후 후계구도에 대한 질문에 “덮어놓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세 명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의 자녀는 세 명이다. 첫째가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고, 둘째가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셋째는 ‘땅콩회항’ 사건 이후 복수를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다. 첫째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한진그룹의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조양호 회장이 이번 후계구도에 대한 질문에서 ‘세 명’이라고 언급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발언의 시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실형을 면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논란이 가중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지난 5월 22일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석방시켰다.
조양호 회장을 통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설이 불거지자 온·오프라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항소심 판결 이후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시기 상조였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이번 발언은 자녀들에게 후계승계와 관련 그동안 늘 해 왔던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도 아니고, 먼 훗날 나중에 경영에 복귀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경영 복귀는 법적인 제동이 걸릴 수도 있게 됐다. 항공법과 항공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에게 항공사 임원 재직에 제한을 두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기 때문이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8일 항공법과 항공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형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5년 동안 항공사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도록 하는 ‘항공법 일부개정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항공법은 항공법 상 임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데 있어 관련법인 ‘항공보안법’ 위반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임원직 제한 기간이 2년으로 다른 법령들보다 규정이 완화돼 있어 그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은 “항공사 임원은 항공사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추진하는 이들로 권한이 막강하다”며 “항공운송의 질서를 더욱 강화하고 안전한 항공운항을 위해서라도 관련법 위반자들이 즉시 임원으로 재임용되지 않고, 일정기간 자숙하며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는 원했던 것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가 대한항공이 아닌 호텔사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으로 복귀하면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송현동 부지의 일명 ‘경복궁 앞 호텔’ 건립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 이전 조현아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함께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서울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7성급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 역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서 호텔 건립에 힘써왔다.
하지만 ‘땅콩회항’ 사건 여파로 ‘경복궁 앞 호텔’ 건립은 지체되고 있다. 해당 부지에 호텔을 짓기 위해서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통과가 필수적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과 관광업계의 잇단 통과 촉구 성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대한항공의 ‘경복궁 앞 호텔’을 허가해주려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개정안 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를 맡아 강력한 의지를 보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호텔산업에 복귀할 경우 관광진흥법 개정안 통과 등 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