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5세기 후반~7세기 웅진-사비 시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4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이로써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익산 백제역사유적인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한국으로서는 12번째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게 됐다.
전라북도는 고창 고인돌유적(2000)과 함께 2개의 세계문화유산과 판소리(2003),매사냥(2010),농악(2014) 등 3개의 인류무형유산을 포함해 총 5건의 유네스코 등재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충남 공주시 2개, 부여시 4개, 전북 익산시 2개 등 총 8개 유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무왕 때 남부의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2수도를 세운 익산에는 별궁터로 보이는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이 남아있는 미륵사지가 있다.
◇익산 백제역사유적지역 어떤 평가받았나
이번 등재 결정 과정에서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은 고대 동아시아 문명의 발달에 절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가치를 지닌 유적으로 평가받았다.
백제의 국가사찰인 미륵사지는 동아시아 최대의 가람이며, 우리나라 불교건축을 대표할 수 있는 유적으로 미륵신앙을 기초로 한 3탑 3금당의 독특한 가람구조를 지니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의 축조방식을 그대로 따라 축조한 석탑으로 뛰어난 공예기술과 백제인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왕궁리유적은 동아시아인들이 왕궁건설의 원리와 기술을 활발하게 교류하고 공유했음을 보여주며, 최초로 발견된 후원과 화장실 등은 한·중·일 삼국의 문화교류와 동아시아 왕성시스템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물질적 자료임을 높게 평가했다.
◇ 등재 효과는...향후 5년간 생산유발효과 3천775억원 예상
전북도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됨에 따라 등재 효과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 문화관광 활성화에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기대되는 등재 효과는 관광객 증가이다.
전북도가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 의뢰한 ‘익산 백제역사유적 세계유산 등재 효과 및 관광콘텐츠 개발’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등재 직후인 올 하반기에는 등재이전인 올 상반기보다 55%가 증가한 66만2천명이 다녀가고, 2016년에는 145%가 증가한 102만5천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계유산 등재 5년 후인 2020년까지 관광객 소비 지출에 의한 전북 지역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3천775억원 , 부가가치유발 1천514억원, 고용유발효과 9천774명으로 분석됐다.
관광객 소비 지출액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누계 이용객수 628만4천명에 대한 총소비 지출액은 2천868억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도 이지성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익산 지역을 넘어 전라북도 전 지역으로 지역 관광과 경제가 활력화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등재이후 4개 분야(홍보,관광, SOC 및 인프라,보존관리) 38개 세부사업에 총 6,987억원이 투자되는 종합대책수립과 통합관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익산지역만의 역사 문화적 특성을 살려 세계유산적 품격과 미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떠오르는 백제의 고도 관광지역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전북도의 구상이다.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는 이 같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수한 문화를 향유하는 전북 도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켜 도민 화합과 결속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다. 국가차원에서 우리나라 고대국가인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지역 문화유산의 세계화와 전통과 역사의 고장으로서 지역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는...“진정성 유지한 복원 필요”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ICOMOS는 등재 권고 보고서에 ‘보존관리계획에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종합적 관광계획을 포함시키고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남겼다.
문화재청과 전북도는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하나로 묶어 복원하는 ‘백제 왕도 핵심유적 복원ㆍ정비사업’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물 대부분은 매장문화재라 남아있는 건축물이 매우 적고, 그마저도 백제의 유적이 아닌 개별 유적으로만 인식되고 있어 백제라는 왕국이 존재했음을 부각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관광자원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진정성을 유지하는 복원이 중요하다. 1993년 미륵사지석탑 건너편에 세운 동탑은 하얀 화강암을 기계로 깎는 바람에 기존 석탑과 부조화가 심하고 현대에 만들어진 석탑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실패한 복원’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무너진 서탑의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애초에 9층 석탑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6층만 남아있던 이 서탑을 주민들은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9층으로 완전복원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구검증 없이 9층까지 복원했다간 오히려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6층 부분복원을 고수했다.
배병선 소장은 “문화재 복원은 철저한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52년 설립된 이래 일본 고대 도성 나라(奈良)의 연구 복원을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한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를 예로 들면서 “유산의 원형을 철저하게 이해한 후에 복원해야 세계유산의 요건 중 하나인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