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못가요’ 소속사 대부대 공짜 이륙
▲ 연예인들의 해외 화보 촬영은 대부분 협찬과 스폰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진은 태국의 푸껫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출연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이 나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이 인터뷰에서 밝히는 계획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휴식을 위한 해외 여행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함께 고생한 소속사 직원들까지 챙기는 이들의 해외 여행 계획을 듣고 있으면 연예인의 사려 깊은 배려가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듯 수면 위에서 연예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빛을 발하는 동안 수면 아래선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패션지 담당 에디터들의 숨가쁜 뜀박질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인기 패션잡지 패션 담당 에디터들을 통해 연예인 해외 화보 촬영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늘 시작은 섭외에서부터다. 화보 지면에 모델로 나서 줄 연예인을 섭외해야 하며 의상과 진행 비용을 스폰서할 패션 브랜드도 섭외해야 한다. 이 외에도 원활한 현지 촬영을 위해 여러 군데에 협조를 부탁해야 한다.
우선 그 시작은 연예인 섭외다. 섭외 1순위는 가장 최근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에 출연한 연예인. 영화보다는 드라마의 파급력이 더 큰 데다 빡빡한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소화한 연예인들이 휴식을 겸할 수 있는 해외 화보 촬영을 선호해 섭외 1순위가 된다. 예들 들어 최근 발행된 패션잡지 5월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패션 화보의 주인공은 <궁>의 주지훈과 윤은혜다.
반면 이런 외부 조건과 관계없이 언제나 섭외 1순위에 오르는 연예인들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패션 에디터들은 “작품 활동의 성패와 관계없이 늘 섭외 1순위인 연예인은 따로 있다”며 “대표적인 이들이 김민희 정려원 김태희 등”이라고 말한다. 최근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김민희는 워낙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신세대 패션 아이콘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패션 화보 섭외 1순위 자리를 지켜왔다. 또한 정려원은 현재 패션계에서 유행 파급 효과가 가장 큰 연예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까닭에 그는 패션 화보 섭외 1순위인 동시에 의상 협찬 1순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누구나 드라마를 통해 떴다고 해서 해외로 화보 촬영을 갈수는 없다. 아무리 최고의 스타라 할지라도 스폰서인 패션 브랜드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 A의 경우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패션 브랜드의 협찬을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옷발이 잘 안 받는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패션 화보 촬영에 있어 가장 큰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연예인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부분이다.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은 비행기 좌석 등급 및 해외 현지 숙박 업소와 관련된 사안이다. 일반적인 경우 연예인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과 현지 A급 호텔 객실이 제공된다. 연예인과 동반하는 스태프(매니저, 코디네이터, 사진작가 등)와 담당 에디터는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이용하고 숙소는 연예인과 같은 호텔을 이용한다. 그런데 간혹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고집하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함께 가는 스태프(가운데 연예인 측)에게도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현지 숙소로 특급 호텔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본인은 물론이고 동행하는 스태프까지 특급 호텔을 고집할 경우 담당 에디터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진행 비용이 한정된 상황에서 무작정 연예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김민희, 정려원, 김태희 | ||
남자 연예인 B의 경우 모두 아홉 명의 스태프를 동반해 동남아시아로 해외 화보촬영을 떠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B에게 처음 해외 화보촬영을 제안한 한 패션 잡지 측은 열한 명의 스태프를 데려가겠다는 B 측의 요구를 받고 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자 B 측은 또 다른 잡지사의 제안을 받은 뒤 동행하는 스태프의 수를 아홉 명으로 줄여 이를 성사시켰다. 그렇다고 아홉 명만 간 것은 아니고 애초 계획대로 열한 명의 스태프가 동행했는데 나머지 두 명의 경비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B의 해외 화보촬영이 소속사를 위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이런 모든 준비 과정을 거쳐 현지로 떠나면 본격적인 화보촬영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촬영 일정은 4박6일(동남아시아) 또는 5박6일(유럽) 정도로 진행된다.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4박6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선 첫날은 담당 에디터가 현지 촬영 현장 헌팅을 다닌다. 그리고 둘째 날 본격적인 화보 촬영이 진행된다. 대부분의 경우 둘쨋날 대부분의 화보 촬영이 마무리되고 셋쨋날 모자란 부분에 대한 보충 촬영이 진행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휴식이다. 따라서 4박6일 가운데 연예인이 화보 모델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 반 정도에 불과하다.
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상 갈아입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패션 화보인 까닭에 의상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데 풍광이 뛰어난 자연 모습 그대로의 장소에 적절한 탈의실이 있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탈의실은 차량이나 화장실이 된다. 그런데 간혹 성격이 괴팍한 연예인의 경우 완벽한 탈의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촬영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예상 외로 매니저들의 지나친 요구에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은 뒤 비용을 룸에 달아놓거나 룸에서 지나치게 많은 해외 전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체크아웃 과정에서 고스란히 담당 에디터의 몫으로 남기 마련. 심지어 “술 마시러 가게 돈 좀 달라”고 요구하는 매니저도 있을 정도라고.
매너가 좋은 연예인의 경우 공짜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애쓴 담당 에디터를 위해 현지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패션잡지 에디터들은 “생각 있는 연예인은 현지에서 밥을 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얘기하며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을 경우 종종 귀국한 이후 연예인이 뒤풀이를 마련하는 일도 있다”고 말한다.
모든 과정을 거쳐 잡지에 실리는 연예인의 패션 화보는 하나같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대자연의 멋진 풍광에 이국적인 정취가 어우러진 배경에다 고급 패션 브랜드의 의상과 인기 연예인이 만났으니 당연한 결과물이다. 다만 이런 멋진 패션화보의 이면에 이를 진행하는 담당 에디터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