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빚은 불협화음 관객 귀만 아프다
▲ 천명훈의 SBS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출연 모습. | ||
급기야 천명훈의 방송출연 중단 사태까지 빚게 된 소속사와의 잡음. 그 시작은 천명훈이 SBS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촬영 때문에 그가 속해있는 그룹 NRG의 일정을 펑크 내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천명훈과 소속사인 뮤직팩토리 사이에 불신이 존재해 왔던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천명훈 측에 따르면 뮤직팩토리가 약속된 계약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전속금 1억 원에 계약하기로 했으나 8000만 원만 입금했고 잔금을 주지 않아 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실질 계약 상태가 아니다”라는 것이 천명훈의 입장.
반면 뮤직팩토리의 김태형 대표는 “관행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 매니지먼트를 계속해 왔다”고 얘기하고 있다. 천명훈과 뮤직팩토리는 지난 2004년 11월 문서상에 명시된 사실상의 계약관계는 끝난 상황이다. 천명훈의 장래성을 보고 투자를 해왔다는 김 대표 측에서는 “이제 와서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돈 때문에 움직이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소속사에서는 연예제작사협회를 통해 천명훈의 방송출연 중단을 요구한 상황. 방송사 측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출연을 자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분쟁의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바로 계약금 문제가 내재돼 있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의 코스닥 상장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 이 와중에 돈을 내세워 스타들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태형 대표 역시 연제협까지 내세워 이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연예인 뺏기’ 싸움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천명훈 측의 대리인 고승덕 변호사는 “다른 곳에서 2억 원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는데 소속사와의 오랜 정을 생각해 (전속금) 1억 원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고 뮤직팩토리와의 계약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뒤집어보면 연예가의 스타 뺏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천명훈과 소속사 양측 모두 원만한 해결을 원하고는 있으나 이미 천명훈은 뮤직팩토리와의 계약관계를 지속할 뜻이 없어 보인다.
천명훈의 경우 언론을 통해 그 문제가 알려졌지만 이는 소속사나 연예인 당사자 입장에서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옮길 때엔 소속사와의 불협화음이 그 원인인 경우도 많지만 그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게 상당수다.
대표적인 갈등의 원인은 소속사와의 수익금 배분 문제다. 보통 신인급 연예인인 경우는 3:7(연예인:소속사), 스타급 연예인은 5:5, 7:3 정도로 수익을 나누는데 양측의 시각차 등으로 인해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몇 달 전 탤런트 이윤미가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도 비근한 사례다. 당시 이윤미는 소속사 측에 광고와 뮤직비디오 개런티의 분배를 요구했으나 소속사는 이윤미에게 투자한 각종 비용이 1억 원의 수익금을 웃돌아 수익 배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이윤미(왼쪽), 강혜정 | ||
이에 대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경우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기까지 투자비용을 고려하는데 이 돈의 개념을 두고 분쟁이 생길 소지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계약 조항에 교통비와 코디네이터 등의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을 배분하기로 하지만 소속사 입장에서는 좀 더 넓은 개념의 투자비용을 포함시키곤 한다”고 설명했다.
강혜정의 경우 전 소속사인 밀크&스위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청구소송를 낸 바 있는데 “소속사가 매니지먼트의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기도 했다.
또 다른 배우 A와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악연’도 연예가에서 암암리에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A가 속해 있는 매니지먼트사는 최근 몇몇 스타배우들을 영입하면서 급성장한 곳.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A 외에 딱히 내세울 만한 스타가 없었던 이 기획사는 회사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 A를 최대한 이용해왔다. 하지만 정작 A는 회사로부터 정당한 계약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회사에서 A를 스타로 키워냈다는 것을 내세워 A가 받을 만한 적정 수준의 돈을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A의 가족들과 회사와의 사이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연예가에는 ‘노예계약’이 운운될 정도로 계약 내용이 연예인 개인에게 불리한 면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예전처럼 정이나 의리 등으로 지속되던 연예인과 매니저 관계를 떠나 연예인 스스로도 돈을 보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데뷔 이후 대략 1년을 주기로 소속사를 옮겨온 여배우 K는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이미 신용을 잃은 지 오래다. 심지어 한 탤런트 매니저는 K에 대해 “돈 몇백만 원에도 소속사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매니저’와 함께 활동하는 스타들도 요즘 부쩍 눈에 띈다. 이들 중엔 연예기획사에 들어갈 때 자신과 일해오던 매니저도 함께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여배우 H도 그런 케이스였다.
H는 운 좋게도 매니지먼트사에 들어간 뒤 캐스팅된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신생회사였던 이 매니지먼트사에서는 H의 촬영이나 인터뷰 일정 등 스케줄 관리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한동안 회사와 실랑이를 벌이던 H는 매니저와 함께 회사를 떠나 다시 ‘홀로서기’에 나선 상황. H의 매니저는 “회사와 맞지 않아 나왔지만 개인으로 있는 것보다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것이 드라마 캐스팅 때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다른 기획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토니안, 신동엽과 같이 연예인들 중 몇몇은 직접 기획사를 차리기도 한다. 연예활동을 그만두지 않고 연예기획사 운영을 병행하면서 일종의 겸업활동을 하는 이유 중엔 회사에 속해 얽매이게 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피해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다. 스타급 배우로 급부상한 뒤 여러 곳의 스카우트 제의에도 흔들리지 않고 신인 시절부터 함께해온 소속사와 일하고 있는 배우 B 또한 조만간 연예기획사를 직접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