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 연예가 리포트 주절재잘] 남자스타 병역스토리

진짜 남자 보증수표 ‘군대마케팅’ 뜬다

	▲ 군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막상막하>에서 이훈.

몇 년 전만 해도 남자 스타들의 군 입대는 활동의 걸림돌 혹은 피할 수 없는 무덤인 듯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군에 입대하는 스타들은 뜨거운 눈물로 팬들과 작별했으며 손 흔드는 팬들의 모습 역시 진한 아쉬움을 주곤 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온 국민의 애창곡 ‘입영열차 안에서’의 주인공 가수 김민우가 그랬으며 단짝 친구 이윤석과 뜨거운 눈물의 포옹으로 입대를 하던 서경석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군대 마케팅이란 말까지 나오는 요즘, 스타들에게 있어서 군대란 예전 같지 않다. 달라진 군대, 달라진 스타들의 모습은 이렇다.

군대를 통해 오히려 ‘이미지 업’된 스타들이 생겨났다. 2년 이상 팬들과의 단절을 딛고 진짜 남자로서의 자연스러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스타들에는 차인표 이휘재 서경석 이훈 홍경민 등이 있겠다. 이들 역시 군대에 대한 선택에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제대 후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생극장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이휘재의 군대시절 일화 하나. 당시 ‘그래! 결심했어’라는 최고의 유행어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이휘재는 자신 부대의 군 고참들 사이에서도 이 유행어로 인해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시간 간격으로 보초를 교대하던 고참들은 피곤한 훈련에 지쳐 잠들어 있는 이휘재를 깨워 ‘그래! 결심했어’를 시켰던 것. 새벽녘 한 시간마다 각각 다른 얼굴의 고참들에게 잠에서 덜 깬 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던 이휘재의 모습.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난다. 결국 이휘재는 군 생활 동안 방송 생활 때보다 더 많은 유행어를 외치고 제대했다고 한다.^^

	▲ 현역 시절 차인표와(왼쪽), 이휘재의 군복 모습.

스타들의 병영 생활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들이 있다. 요즘은 윤계상 지성 박광현 홍경인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남자 연예인들이 연예 병사로 활동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연예 병사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징집제로 시행된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지원제를 통한 자체 선발이다. 이 역시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며 일일이 개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주로 국군 방송의 MC, DJ 능력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끼가 많고 말 잘하는 만능엔터테이너들의 합격 비율이 높다고 한다. 요즘은 입대 전 연예병사 오디션을 따로 준비해가는 스타들도 있다고.

그렇다면 합격한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할까? 우리가 TV에서 보듯 군 홍보를 위한 모든 활동을 명령삼아 활동하게 된다. 때문에 앨범에 실패한 적 있는 박광현, 홍경인 등의 노래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가 있으며 쉽게 보기 힘든 지성이 MC로 선 모습이나 가수로서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겠다던 연기자 윤계상의 랩퍼로서의 모습도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군인으로서의 보초와 총은 안 잡을까? 정답은‘하긴 하지만 거의 안 한다’이다. 의외로 홍보 활동 등의 행사가 많은 탓에 일반 병사와 똑같은 훈련량을 소화할 수가 없다. 또 대외적으로만 계급을 따질 뿐 사적으로는 실제 연예계에서의 형, 동생 서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 현재 군복무 중인 탤런트 지성의 입대 장면.

연예 병사들은 군 홍보 활동에 있어서 연예계 활동 당시와는 엄청나게 다른 차이가 있다. 자신들이 직접 의상을 챙기고 분장을 하며 매니저 없이 버스로 단체 이동한다. 때문에 종종 연예 프로에서 취재를 나가면 재밌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홍경민의 군 복무시절 그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용산역에서 만나 천안으로 가는 KTX에서 동행 취재를 했다. 사실 이런 식의 인터뷰는 매니저들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군인 신분인지라 그 어떤 방해 없이 여유있게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홀로 쓸쓸히 용산역에서 커피를 마시던 홍경민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음은 물론, 열차 안에서도 그의 앨범 수록곡 전부와 춤 개인기까지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연예인 홍경민이었으면 절대 안나왔을 법한 인터뷰를 보면서 내심 흐뭇했었다. 또 한 가지 이야기. 모 선배 리포터의 말에 따르면 윤계상과 지성을 군 홍보 활동 현장에서 만났더니 그렇게 자기를 반가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잘 지냈냐는 인사부터 악수하고 껴안고 스킨십까지. 평상시에는 가까이 하기가 힘들었던 연예인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은근히 당황했다고 한다. 암튼, 군인이라서 사람이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KBS 연예가 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