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유통’ 놓고 대충돌 다시 불붙은 ‘금강대전’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의 오랜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사진은 금강하굿둑 전경.
사실 1990년 금강하굿둑이 완공되기 이전만 해도 양 지역은 말 그대로 사이좋은 ‘이웃사촌’이었다. 지금도 서천군 장항읍을 중심으로 한 서천군 일부는 군산시를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 물론 두 자치단체는 올 들어 ‘10년 앙숙’ 관계를 털어내기 위해 화해와 공생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양안에 평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두 지자체가 금강호 준공 이래 25년째 반목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양 지자체의 마찰은 지난 2004년 군산시가 어청도에 핵폐기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어청도는 행정구역상 군산시에 속하지만 거리는 서천군과 가깝다. 서천군이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양 지자체의 관계는 급속히 나빠졌다. 골이 깊어지면서 행정협의회도 중단됐었다.
이후 사사건건 맞섰던 양 지자체는 최근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놓고 크게 충돌했다. 환경오염, 어업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강하굿둑을 열어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서천군과 농업·공업용수 확보를 위해선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군산시의 주장이 맞선 것이다. 해수유통은 바닷물과 민물을 교류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후 잠시 봉합된 듯했으나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간척론’을 주장하고, 전북도와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면서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문제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논란이 되는 금강하굿둑의 경우 몇 개의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키자’는 게 안 지사의 생각이다.
이에 전북도가 발끈하고 나섰다. 도는 지난 6일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금강하굿둑 건설 목적이 훼손돼서는 안 되며 현재 수준 이상의 확실한 농업·공업용수 확보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해수유통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 용역(2010∼2011년)에서의 홍수위 분석 결과 금강하굿둑은 이·치수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현 시점에서 갑문 증설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군산시와 서천군은 군산항 앞 해상매립지 활용 건에서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해망동 1013번지 모래섬은 군산쪽 육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바다에 있는 해상매립지다. 군산시 행정구역 안에 있지만 소유자는 국토해양부다. 해양항만청이 토사가 쌓여 수심이 낮아진 군산항을 1985년부터 준설해 준설토를 이 섬에 쌓으면서 작은 모래섬이 길이 3.87㎞, 너비 470m, 면적 207만㎡로 커졌다.
군산시는 이곳을 해양과학·미래산업시설, 종합체육시설, 문화체험·관광휴양시설, 복합기능시설 등이 어우러진 친수공간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오는 2018년 이곳에서 전국체전을 열겠다는 게 군산시의 구상이다.
그러나 서천군이 강력히 막아섰다. “매립지를 개발한다면 금강하구 황폐화를 가속화시켜 서천군민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또 두 시·군은 금강 유역에 나룻배(유람선)를 운항하는 문제를 놓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지난 2013년 초 서천군과 논산시·부여군, 전북 익산시 등 4개 시·군이 협약을 맺고 나룻배 운항에 합의하자 군산시가 크게 반발했다.
두 지자체의 마찰은 양안 발전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광산업도시를 위해 적극적인 개발을 추진하는 군산시와 생태도시를 위해 개발을 최소화하려는 서천군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가 양안에 건설키로 한 군장국가산단 3개 지구 중 서천 장항지구는 개발계획을 백지화한 채 해양박물관으로 대체한 반면, 군산지구 2곳(현 군산2국가산단, 새만금산단)은 이미 완공됐거나 매립 중이다.
결국 금강호 공업용수는 현재 100% 군산이 독점하고 있다. 반면 서천을 포함해 충남권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앞으로 새만금산단까지 준공되면 군산지역 공급량은 약 4배 늘어난다. 이 때문에 해수를 유통시키면 생태관광지인 서천은 이득, 공업용수가 더 필요한 군산은 타격을 받는 셈이다. 또 27만 명 인구의 군산시와 6만 명 서천군의 불균등한 발전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유치 등으로 군산시 인구는 2008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서천군은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전북도와 충남도, 군산시와 서천군 등 금강권 11개 지자체는 이 같은 문제를 조율하자며 2002년 10월 ‘전북·충남 교류협력회의’를 설립했다. 하지만 2005년 7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5차 회의를 끝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물론 군산시·서천군 행정협의회가 지난 2월 재가동됐으나 1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우선시하고 있어 향후 금강호를 둘러싼 분쟁은 부침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민선자치 출범 후 기대감에 들떠있던 지역민들의 ‘여과되지 않은’ 요구의 분출 또한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당선을 노리는 현 민선 단체장들의 입장에선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를 거슬리면 본인이 타깃이 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금강호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치권이 가세할 것이 불 보듯 해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만한 해결 여부가 금강 주변 전북·충남 단체장들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