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 ‘쿨한 이별’은 없더라
▲ 김아중(왼쪽), 현영 | ||
연예계의 근간인 연예인과 소속사의 관계가 계속해서 흔들린다면 연예계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이 같은 불협화음은 괜한 합병증까지 불러와 연예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만 계속해서 야기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의 전속 계약 관련 송사에서 쟁점으로 대두되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소속사는 매니지먼트 의무와 수익분배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주요 쟁점이며 연예인에겐 연예 활동과 관련된 사안에서 전속 계약의 의무를 지켰는지가 중요하다.
최근 전속 계약 관련 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아중의 경우 아직 송사에 휘말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김아중과 소속사의 분쟁이 화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특수한 상황에 따른 돌발 변수를 두고 다양한 억측과 풍문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김아중은 연예기획사 하하엔터테인먼트(하하ent)와 내년 3월까지 전속 계약돼 있다. 그런데 전속 계약 기간이 5개월가량 남아있던 11월부터 잡음이 일기 시작해 12월 들어 본격적인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하하ent는 김아중이 2007년 3월까지로 되어 있는 전속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경고 차원의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하하ent 측이 주장한 김아중의 전속 계약 위반 사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김아중이 소속사와 어느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결정해놓고 소속사와 상의 없이 담당 PD에게 전화로 출연을 거부했는데 이는 계약서 상 ‘소속사의 출연교섭 및 연예활동에 대한 지휘감독권’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 홍보 일정을 위해 현장으로 간 하하ent의 김아중 담당 매니저가 영화사에서 동원한 경호원들로 인해 접근을 거부당하는 등 연예 활동에서 하하ent 측을 완전 배제한 부분을 지적했다.
일반적인 경우 전속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소속사와 결별 수순을 밟게 되면 연예인이 합당한 근거와 이유를 바탕으로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 김아중 측은 아무런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과연 어떤 이유를 내세워 김아중 측이 하하ent 측에 전속 계약 해지 통보를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몇 가지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도는 데 대해 하하ent 측 관계자는 “요즘 연예기획사는 한두 번씩 이런 경우를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할 만한 사안은 미리미리 조심해왔다”면서 “수익 분배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평소부터 이를 투명하게 관리해왔고 최근 들어 다시 문제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봤다”고 설명한다. 하하ent와 마찬가지로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이런 문제에 대비해 평소부터 각종 영수증을 모아두는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90년대 후반엔 소속사 사장이 연애나 결혼을 요구하거나 성상납 강요 등의 이유로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여자 연예인이 많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장들은 이런 이유로 마음 고생을 했거나 주위 사례를 봐와 요즘엔 소속 연예인과 사적으로 식사하는 것도 일부러 피할 정도”라며 “사이가 좋을 때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소송에 다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어 미리 조심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설명한다.
▲ 김아중(왼쪽), 현영 | ||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2003년 4월경에 체결한 계약이다. 당시 계약기간 3년의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서에는 스팍스 측이 현영에 대한 ‘계약연장 우선권’을 갖는다는 사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스팍스 측은 “무명에 가까운 신인을 3년 계약하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정했지만 구두로 이미 계약 연장을 약속했고 이를 계약연장 우선권이라 명시해 놓은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현영 측은 “계약연장 우선권이란 계약연장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우선권으로 우린 이를 지켰고 스팍스 측이 계약 연장의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다른 회사와 계약한 것”이라 주장한다.
계약 연장을 위한 우선 협의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다. 스팍스 측은 “현영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해왔으나 간판 연예인인 만큼 이를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15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현영 측은 “우리 측 요구안을 건넨 뒤 15일 동안 기다렸으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다른 회사와 계약하게 됐다”고 얘기한다. 문제의 15일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대한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사안은 계약 만료 시점이 가까워진 연예인이 계약 연장이나 타 회사와의 계약 여부를 협의하는 시기에 있다. 프로 야구의 경우 계약 기간이 만료돼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가 소속 구단과 협의하는 기간과 타 구단과 협의하는 기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반면 연예계엔 아직 그런 원칙이 없다. 다만 계약 만료를 한 달 정도 남겨두고 협의를 시작하는 게 관례라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아중은 그보다 서너 달 빨리 계약 연장 관련 사안이 불거진 것이고 현영은 그 한 달 중 가장 중요한 15일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다른 것이다.
김아중과 현영 외에도 현재 여러 명의 연예인이 전속계약 관련 송사에 휘말려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런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들처럼 신인을 발굴해 스타덤에 올려놓은 회사는 배신감을 토로하고 연예인은 소속사 측의 잘못으로 신의가 깨졌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엔 간판급 연예인을 영입한 뒤 인수합병 및 우회상장 과정에서 큰 수익을 올리려는 세력까지 연예계에 가세해 톱스타 잡기에 나서는 바람에 전속계약 관련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적인 접근도 시작됐으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가수의 경우 통상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서 보급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이뤄지곤 하는데 연예인 측은 소속사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계약서를 표준으로 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매니지먼트협회)는 최근 김아중과 하하ent 측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런 매니지먼트협회의 중재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의 전속 계약 관련 법적 분쟁 뒤에는 연예인을 데려가는 대형 연예기획사에 있다”면서 “그런데 대형 연예기획사 위주의 매니지먼트협회의 중재에 중소 연예기획사가 선뜻 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강구돼야 한다. 믿음과 호흡이 중요한 연예인과 소속사의 관계에서 이같이 쉴 새 없이 잡음이 새어나온다는 것은 곧 연예계의 근간이 뿌리채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