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쇼핑몰 허와 실

물건 아니라 이름만 파는 곳 ‘수두룩’

	▲ 복합쇼핑몰 팜스퀘어 (사진 위)와 당시 팜스타존에 입점한 유진, 이의정, 노홍철. 현재까지 스타숍을 운영하고 있는 연예인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e-mail]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는 부업은 바로 의류업이다. 연예인들이 각종 부업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그들의 유명세다. 그런데 의류업의 경우 유명세에 스타의 패션 감각까지 더해져 보다 손쉽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류 관련 인터넷 쇼핑몰이나 복합 상가 스타숍이 모두 대박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확인해본 결과 예상과 달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상당수였고 소비자들의 항의가 줄을 잇는 곳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이로 인한 피해는 해당 연예인이 아닌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었다.

불광역에 위치한 복합쇼핑공간으로 분양 당시부터 각종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팜스퀘어’는 현재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05년 9월 오픈 당시 가수 비가 등장한 대대적인 광고와 3층에 입점하는 스타숍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진정한 복합쇼핑공간으로서의 명맥은 잇지 못한 채 ‘용두사미’에 그친 것.

당시 ‘팜스타존’ 스타숍에 입점하는 연예인의 면모는 화려했다. 노홍철, MC 몽, 유진, 이의정, 김창렬, 황인영, 홍진경 등이 스타숍 매장을 오픈한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고 실제 이 가운데 일부는 매장을 운영했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철수하고 말았다. 결국 팜스퀘어는 운영 어려움으로 현재 CGV영화관을 비롯한 일부 매장만 운영하고 있으며 의류매장은 이랜드에서 장기 임차해 할인매장과 아울렛으로 새롭게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팜스퀘어 관계자는 “2800여 명에 달한다는 투자자들만 난처한 상황”이라며 한숨지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실제 연예인들이 함께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했는데 기대한 만큼 매출이 없자 의기소침해하는 것이 보였다”면서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얘기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오픈을 앞둔 복합쇼핑몰들이 분양 과정에서 스타숍의 입점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확산돼 왔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스타숍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인기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동대문에 위치한 쇼핑몰 라모도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소매 매장을 만들기 위해 CF모델로 동방신기를 기용했다. 6개월 단발에 4억 원이라는 개런티를 지불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4월 매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쇼핑몰을 오픈했는데 영업이 잘 되지 않아 소매에서 도매로 업종을 전환한 것.

	▲ 인천 부평에 개점한 스타빠뚜루.

현재 스타숍이 입점해 영업 중인 복합매장도 있다. 인천 부평의 스타빠루뚜가 대표적이다. 현재 홍록기 최윤영 조앤 등 14명의 연예인이 스타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스타빠루뚜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해당 연예인은 이름을 내걸어 유명세만 빌려준 뒤 실제 운영자와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이 부분에 대해서 연예인도 할 말이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인이 부업을 하는 경우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을 맡고 연예인은 이름만 빌려준다. 가끔 매장에 들리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얼마 전 이승연 씨가 동대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할 때는 거의 매일 매장에 나가 직접 운영을 맡는 바람에 인근 상권까지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는 자숙 기간이라는 특별 기간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모든 연예인이 이승연 씨처럼 해주길 바랄 순 없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다. 복합상가에 스타숍 입점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마치 입점이 결정된 것인 양 기사가 나와 황당해하며 반발하는 연예인도 상당수라고 한다.

반면 의류 관련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연예인 가운데는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쇼핑몰마다 소비자 항의가 줄을 잇고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필수 요건인 반품이나 환불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일주일간 소비자의 이용이 빈번한 122개 의류전문 쇼핑몰을 대상으로 법에서 정한 소비자보호장치에 대한 표시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예인 쇼핑몰의 경우 반품이나 환불이 거의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이승연

현행 관련 법률(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구입 후 7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명인이 운영하는 31개 의류 쇼핑몰 가운데 청약철회를 인정하는 곳은 ‘스타일스토리’ 한 군데뿐이었다. 전체 의류 쇼핑몰 가운데 47%가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는데 연예인 쇼핑몰만 놓고 보면 청약 철회 불가능 비율은 무려 80%를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전자상거래센터 정지영 팀장은 “보도된 이후 추가 피해 사례나 개선된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며 “소비자보호장치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 목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 처벌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유명 스타가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을 직접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반품이나 환불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었다. 요즘 한 인기 연예인의 인터넷 쇼핑몰의 약관을 확인해보니 역시 반품 가능 품목이 제한돼 있었고 물품 수령 3일 내에 고객센터에 불만을 접수해야만 반품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그 이유를 해당 쇼핑몰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대답할 수 없다. 상담이 밀려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실 수입이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직업의 특성상 연예인이 부업에 열을 올리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유명세만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듯하다. 연예인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진정한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얄팍한 상술보다는 품질과 서비스를 내세워야 할 것이다.

위성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