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우울증 투병, 가족도 소속사도 몰랐다?
▲ 유니 빈소의 영정사진. | ||
2년 전 겨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은주, 얼마 전 역시 스스로 목을 맨 오지호의 호스티스 애인 등과 마찬가지로 말없이 떠난 망자의 뒤엔 갖은 억측과 추측만 난무하기 마련이다. 해답을 쥔 망자는 말이 없는 법, 게다가 유니는 유서마저 남기지 않았다. 과연 유니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컴백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새 앨범 대신 눈물을 남긴 유니의 마지막 행적을 뒤따라가 본다.
#타살 가능성은 없나
유서는커녕 짧은 메모조차 남기지 않은 갑작스런 자살, 게다가 장례 절차 역시 일반적인 삼일장이 아닌 이일장으로 치러졌다. 우선 자살이 확실한지부터 확인했다.
유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천 서부소방서 검단파출소 송의용 소방교는 “목을 매고 자살한 유니를 발견한 가족들이 가위로 끈을 자르고 침대에 눕혀놓은 상태였다”면서 “호흡과 맥박, 동공 반응이 없었고 청색증이 심했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목에는 목을 맨 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수사를 담당한 인천 서부경찰서 김창권 반장 역시 “CCTV를 확인한 결과 가족들이 교회에 간 뒤 집에 드나든 사람이 없는 등 모든 정황이 자살이었다”며 “자살이 확실해 유니의 휴대폰을 확보해 조사할 필요성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삼일장이 아닌 이일장으로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을까. 우선 유니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 데다 장례식장을 지킬 유족들도 많지 않았다. 이는 불행한 가족사와 연결돼 있다. 유니는 이름이 셋이다. 우선 아버지의 성을 따른 허윤이라는 본명이 있지만 어머니가 미혼모였던 이유로 어머니의 성을 딴 이혜련이란 이름도 있다. 그리고 가수로 활동하면서는 유니라는 예명을 썼다. 결국 이름은 세 개나 됐지만 본인은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매스컴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도 커다란 이유가 됐다. 소속사인 아이디플러스 관계자는 “유가족이 빨리 장례 절차를 끝내 관련 보도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했다”고 설명한다.
#결정적 원인 우울증
유니가 자살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사안은 우울증이다. 2년 전 이맘 때 자살로 세상을 떠난 이은주와 마찬가지로 유니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고. 이은주의 영결예배에서 조동천 목사가 “자살이 아니라 질병(우울증)과 싸우다 죽은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는데 유니도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유니의 우울증을 주변에서 감지한 시기는 2년 전인 2집 앨범 활동을 시작할 즈음이었다. 당시 유니의 매니저였던 장대박 윈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활동을 앞두고 유니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었지만 활동을 시작한 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괜찮아졌다”고 얘기한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장 이사는 유니가 당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유니는 이미 혼자서 신경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수사를 담당한 김 반장은 “2년 전쯤 유니의 우울증 약 복용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한방 치료를 권유해 한약을 먹으면서 점차 증세가 호전된 걸로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유니의 모친 이 아무개 씨 역시 “예전에 우울증이 있었는데 약을 먹어 다 나은 걸로 알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 지난 2005년 2월 <일요신문>과 인터뷰 당시 찍은 사진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우울증은 완치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방송 TV연예>에 의하면 유니가 지난해 가을까지 한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최근에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은 경찰 조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사안으로 유니가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이 2년 전 한방치료를 받고 완치됐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유니는 홀로 우울증과 싸워온 것. 심지어 현 소속사인 아이디플러스 측은 유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컴백 준비 때문이었는지 지난 가을부터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갔다. 절친한 동료인 디바의 민경은 “서너 달 전부터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을 만큼 힘들어했다”고 얘기한다. 비슷한 시기에 소유진 이화선 등 친한 연예인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인제대 의대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우울증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를 중단하면 2~3개월 뒤 약 효과가 떨어져 재발하곤 한다”면서 “그때가 가장 자살 위험성이 높은 시기”라고 얘기한다. 유니는 바로 그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무엇이 우울증 일으켰나
한양의대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항우울제로 뇌에 부족한 세로토닌을 채워주는 것으로 시작해 결핍현상의 원인까지 밝혀내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유니에겐 무엇이 우울증의 근본 원인이었을까.
이를 두고 다양한 억측과 추측이 난무한다. 우선 컴백을 앞두고 소속사와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소속사 측은 “사망 이틀 전에도 만나 컴백을 논의했는데 좋은 분위기였다”며 이를 부인한다. 또한 채무 관계가 복잡했다는 얘기와 그가 최근 다른 질병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 등도 나돌고 있지만 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루머 수준이다. 장례식장에서도 이런 루머들이 나돌아 취재진 사이에 ‘기자들이 근거 없는 루머를 얘기하는 건 악플 다는 네티즌과 다를 바 없다’는 경계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결정적인 원인은 컴백에 대한 부담과 악플에 의한 상처로 보인다. 평소 유난히 악플로 상처를 많이 받았던 유니는 미니홈피에 악플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매니저인 아이디플러스 김정호 이사는 “컴백을 알리는 기사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악플이 신경 쓰였는지 유니가 기사 안 나가면 안 되냐고 물어 볼 정도였다”면서 “사이버수사대에 악플 수사를 의뢰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컴백 하루 전에 그를 자살로 내몬 진짜 이유에 대해선 추측만 할 뿐 유니 외엔 어느 누구도 그 ‘진실’을 알 수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