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주말극 <하얀 거탑>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급한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드라마의 결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얀 거탑>은 일본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터라 일본판의 결말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일본판 <하얀 거탑>의 결말은 자이젠 교수(한국판의 장준혁 교수 김명민 분)의 죽음입니다. 아직 한국판에서도 장준혁 교수의 죽음이 드라마의 결말이 될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그가 암에 걸리는 설정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장 교수의 암 투병 및 수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 제작 환경에 차이가 드러납니다. KBS와 SBS는 2002년 12월부터, MBC는 2003년 6월부터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판 <하얀 거탑>에선 자이젠 교수의 흡연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결국 그가 걸린 병 역시 폐암입니다.
반면 한국에선 흡연 장면이 금지사항이기 때문인지 한국판 <하얀 거탑>에선 장 교수의 흡연 장면을 접할 수 없습니다. 반면 술자리를 갖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시청자들은 장 교수가 간암 내지는 위암에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흡연율 감소를 위해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금지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접근하자면 음주 장면도 금지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흡연 장면에 음주 장면까지 금지하면 드라마의 전개와 캐릭터의 성향을 보여주기가 매우 곤란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에서 이런 장면을 등장시키고 또 배제하는 절제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흡연 장면은 안 된다’는 천편일률적인 원칙 적용이 오히려 제작진의 창작 의지를 떨어뜨리지 않을까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07.05 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