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한국에, 머리는 일본에
롯데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과연 일본 기업으로 볼 것이냐 한국 기업으로 볼 것이냐’라는 얘기가 화제가 돼 왔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켰다. 현재 롯데그룹은 우리나라 재계 5위에 올라 있으며 사업 역시 한국에서 더 활발하다. 신격호 회장 일가만 놓고 봐도 이 부분은 딱히 규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창업주가 같은 기업을 굳이 ‘한국롯데’, ‘일본롯데’로 구분하는 이유도 통합그룹의 ‘국적’을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신격호 회장과 하쓰코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형인 신 전 부회장이 1954년생, 동생인 신 회장이 1955년생으로 연년생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둘 다 한국·일본 이중국적으로 지니고 있다가 1990년대 한국 국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은 한국인 조은주 씨, 신 회장의 부인은 일본인 시게미쓰 마나미 씨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고 알려진 데는 신동주·동빈 형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일본이며 형제가 한국말을 못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들 형제는 학창시절과 첫 직장생활, 경영수업 시작 역시 모두 일본에서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 전 부회장이 사회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78년 미쓰비시 상사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러나 석사학위는 형과 달리 미국 컬럼비아대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신 회장은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런던지점 등을 거쳤다.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 이사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1990년에야 비로소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으로 옮기며 한국롯데를 맡게 됐다.
일본롯데는 물론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라는 점 역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1대주주가 바로 19.07%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또 롯데의 일본 내 투자회사들, 즉 일본주식회사L투자회사들이 72.6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회사가 일본 광윤사다.
한일 롯데를 통틀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분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하쓰코 씨가 광윤사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하쓰코 씨 집안이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회사가 일본 기업이며 이 일본 기업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본인 어머니 하쓰코 씨라는 점에서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일부에서는 롯데를 아예 ‘다국적기업’으로 칭하기도 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