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이언스’ 형제 싸움에…인도 재계 1위 밀려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당시 브렌트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못해 비아컴 부회장이자 내셔널 어뮤즈먼트 사장으로 활약하는 누나와 달리 경영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또 비아컴과 CBS 주식도 추가로 매입할 수 없게 견제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드스톤 회장이 샤리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하자 브렌트가 발끈한 것인데 부자의 재판은 수년 동안 이어진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언론 재벌’ 뉴스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84)은 최근 차남 제임스(42)에게 21세기 폭스사를 넘겼다. 잡음 없이 진행된 것처럼 보이나 머독 회장도 경영권 다툼으로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다. 2005년 둘째 부인과 셋째 부인이 경영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당시 장남 라클란 머독(43)이 다툼에 휘말려 그룹을 떠나야했다.
인도 최고 부자인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58)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동생과 아닐 암바니(56)와 격렬한 다툼을 벌였다. 2002년 창업자인 디루바니 암바니 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뜨면서 서로 회사를 차지 위해 싸움을 벌인 것. 당시 릴라이언스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22조 원에 달했다.
결국 어머니까지 나서 형제의 싸움을 말렸는데 형 무케시 회장은 섬유, 화학, 정유 사업을 하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맡고 동생은 나머지 계열사를 떼어내 아닐 디루바이 암바니 그룹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계열 분리 이후에도 형제의 싸움은 계속돼 서로의 사업을 방해했고 끝내 릴라이언스그룹은 인도 재계 1위 자리를 내줘야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업체 ‘오쓰카 가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부녀 전쟁을 치렀다. 올해 초 창립자 오쓰카 가쓰히사 회장(71)은 장녀 구미코 사장(47)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것. 이 과정에서 부녀는 공개석상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싸움의 발단은 경영 방향의 차이였다. 장인정신을 내세워 고급화 전략으로 오쓰카 가구를 키워낸 가쓰히사 회장은 딸의 경영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미코 사장은 외국 중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적인 제품을 확대하고 온라인 시장을 키우려 했지만 사사건건 아버지와 부딪쳤다.
결국 가쓰히사 회장은 지난해 7월 딸을 해임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다시금 고급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가쓰히사 회장이 복귀한 뒤부터 실적이 크게 적자로 돌아서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1월 가쓰히사 회장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가쓰히사 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구미코 사장을 다시 복귀시켰다.
이후에도 부녀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가쓰히사 회장은 “내가 나쁜 자식을 키웠다. 내 인생 최대 실수는 딸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구미코 사장은 “시대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경영방식으로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며 맞받아치는 등 공개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그렇게 극으로 치닫던 부녀의 다툼은 지난 3월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가쓰히사 회장과 그를 동조하던 장남이 쫓겨나며 딸의 승리로 끝났다.
앞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호시노리조트 승계 과정에서도 경영방침 차이로 인해 불화를 겪는 일이 있었다. 1991년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이 4대째 회사를 물려받게 됐을 때 그는 경영개혁을 주장했다. 당시 호시노리조트는 재정적으로는 탄탄했지만 호시노 가문 출신의 임원들이 여관 비품을 가져가고 개인적인 지출을 회사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전근대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호시노 사장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반대하는 아버지와 큰 다툼을 벌였고 결국 퇴사까지 했다. 그러나 호시노 사장의 뜻에 동조하는 다른 가족들이 그를 지지했고 1991년 무사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리조트를 물려받았다. 이후 호시노 사장은 동생과 함께 경영개혁에 앞장서 특권계급을 없애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사업을 키우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