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장남+장녀 힘 합치면 판 뒤집힌다
신동빈 체제 아래 수년간 침묵을 지켜오던 신영자 이사장의 이번 일본행 동행에 대해 재계 곳곳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 이사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식적으로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으나 그가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이 후계구도 판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의 절대 보유 지분 자체는 많지 않으나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 어느 누구와 합쳐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롯데칠성음료(2.66%), 롯데푸드(1.09%), 롯데정보통신(3.51%), 롯데건설(0.14%), 롯데알미늄(0.12%), 롯데카드(0.17%), 롯데캐피탈(0.53%) 등을 갖고 있다. 또 오너 일가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 지분 6.24%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자신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도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음료 6.28%, 롯데푸드 4.1%, 롯데정보통신 1.0%, 롯데캐피탈 0.48% 등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이는 양적으로는 신격호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에 비해 상당히 미미하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아무리 신동빈 회장이 후계 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고 하더라도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에서만큼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은 3.95%로 신격호 총괄회장(6.83%)과 신동빈 회장(5.34%)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 2.52%와 합치면 6.47%에 달해 신동빈 회장을 넘어선다. 롯데쇼핑도 신영자 이사장 지분은 0.74%에 그치지만 신동빈 회장(13.46%)과 신동주 전 부회장(13.45%)의 격차가 크지 않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 이사장의 ‘무기’는 지분뿐만 아니다. 그는 여전히 후계구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롯데그룹 한 고위 임원은 “평소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을 특별히 아낀 만큼 후계구도에도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신 이사장의 딸들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어 이들이 특별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의 차녀 장선윤 상무의 조언에는 상당히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이번 일본행 동참도 단순한 보좌 역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윤 상무
한편 신동빈 체제 아래 수년간 침묵을 지켜오던 신 이사장이 갑자기 움직인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신 이사장의 제 몫 챙기기’라는 견해가 가장 힘을 얻고 있다. 신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부터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상품본부장과 총괄부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는 사장을 맡으며 면세점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2012년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경영을 맡으면서 신 이사장은 뒤로 물러났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인데 이에 불만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신동주 전 부회장까지 신 회장에게 일본롯데 경영권을 잃어 비슷한 처지가 됐고 결국 서로를 협력자로 택했다는 설명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신동빈 체제 아래에서는 신 이사장이 힘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잡으면 계열사 분리 등 어떤 방식으로든 신 이사장의 몫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을 움직여 신 전 부회장의 반란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