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부인’ 사이 소속사 머리 싸맨다
▲ 최근 연예인들의 결혼이 러시를 이루면서 소속사들도 각종 소문 대처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 ||
그래도 인기와 이미지는 스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를 관리하며 스타의 활동 계획을 잡고 추진해야 하는 소속사 매니저에게 스타의 열애와 결혼은 껄끄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무조건 부인할 수도, 무턱대고 공개할 수도 없어 말 못할 마음 고생에 시달리는 소속사의 열애설 및 결혼설 대처법을 살펴보도록 한다.
지난 3월 5일 오전 <일요신문>을 통해 전도연 결혼 기사 1보가 보도됐다. 단순 결혼설이 아닌 ‘3월의 신부 된다’는 기사에 매스컴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소속사인 싸이더스HQ의 반응은 ‘열애는 사실이나 결혼까지 확정된 건 아니다’였다. 이렇게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소속사 측은 하루 종일 회의를 거듭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고 한다.
수십 명의 톱스타가 소속된 싸이더스HQ는 단연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매니지먼트사다. 싸이더스HQ는 방송국이나 영화사, 그리고 언론과의 관계보다는 소속 연예인의 의사를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이유로 톱스타들이 싸이더스HQ를 선호한다. 전도연 결혼의 경우 역시 공식적인 결혼 발표 없이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고 싶어 하는 전도연의 의사에 따라 소속사가 결혼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일요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을 확인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전도연 부부의 데이트 현장을 포착해 결혼설을 보도한 것이라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웨딩숍을 찾은 전도연의 사진으로 시작해 구체적인 결혼 준비 과정이 소개된 내용을 접하고선 더 이상 결혼을 부인할 수가 없었던 것.
싸이더스HQ 관계자에 의하면 소속사에서 <일요신문>을 구입해 그 내용을 확인한 시점은 오후 3시경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또 다시 대책회의가 시작된 것. 결혼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부인한다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코스닥 상장사로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결국 소속사는 밤 9시경 결혼 사실을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발송하며 결혼을 부인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결혼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과 신랑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해 전도연의 비공개 의사에도 충실했다.
전도연의 사례처럼 여전히 가장 흔한 연예기획사의 열애설 및 결혼설 대응책은 사실무근이라며 모르쇠로 몰고 가는 것이다. 지난해 결혼한 주영훈-이윤미 커플이나 이재은 등의 경우에도 결혼설이 불거졌을 당시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 주장했다. 결혼설을 부인했던 정선경은 일본에서 몰래 결혼식을 치른 뒤 그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쿨케이와의 열애 사실을 공개한 손태영 역시 처음 열애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손사래를 치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이서진과 김정은의 열애설도 양측의 소속사는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일요신문>에 크리스마스이브 데이트 현장이 포착된 강수정 역시 여전히 열애설에 대해 ‘자신과 상관 없는 일’로 몰아 가고 있다.
이에 대해 매니저들은 여전히 열애설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책은 모르쇠라고 설명한다. 당장은 열애 중일지라도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열애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 앞으로의 활동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 다만 결혼설의 경우 무작정 모르쇠로 갈 수는 없다. 열애와 달리 결혼은 곧 그 성과물이 밖으로 노출되기 때문. 지난해부터 시작된 연예인의 결혼 러시로 인해 열애설보다 결혼설이 더 많은 요즘이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는 게 매니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왼쪽부터 ‘모르쇠형’ 전도연, ‘공식인정형’ 김승우-김남주, ‘강력대응형’ 최지우. | ||
지난해 결혼한 김승우-김남주 커플을 비롯해 송선미 사강 왕빛나 등이 모두 소속사를 통해 결혼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가장 떠들썩하게 결혼한 노현정은 KBS에 사표를 제출한 뒤 결혼을 공식화했다. 소속사가 없었던 관계로 남편 측인 현대그룹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발송해 결혼 사실과 이들 부부의 사진을 함께 공개한 것. 그런데 여기에도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있다. 소속사가 해당 스타와 상의해 공식 발표를 하려는 시점까지는 그 사실을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
매스컴을 통해 열애설이 보도된 직후 이를 공식 인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 역시 나경은 아나운서와의 열애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자 곧 이를 인정한 뒤 연예계 최고의 공인 커플로 거듭났다.
때론 의심을 사는 열애설 공식 인정 케이스도 있다. 톱스타와 신인 스타의 열애설은 톱스타의 지명도로 인해 신인 스타의 유명세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에릭의 연인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탄 박시연이 지금은 어엿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고 최근 현빈의 연인으로 알려진 황지현에게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시연과 황지현 모두 의심 섞인 시선을 받아야 했지만 소속사에선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황지현의 소속사인 지앤지프로덕션 관계자는 “신인으로 한창 인기몰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열애설이 터지면 소속사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그런 방식의 띄우기를 시도하는 연예인은 오래 못 간다. 박시연이나 황지현의 경우 이미 스타성이 충분했던 이들이라 열애설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대응을 선보이는 소속사들도 있다.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정도로 스타의 열애설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 그런데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열애설이나 결혼설 자체가 실제로 사실이 아니다. 사실을 감추는 데에는 모르쇠가 적절할지 모르나 정말로 사실무근인 사안을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마치 사실인데 이를 감추는 듯한 모양새로 보일 수 있기 때문.
재벌가 자제와의 결혼설에 휘말려 마음 고생을 했던 김태희, 갑작스런 결혼설에 휘말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동건-최지우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들의 결혼설은 모두 사실무근이었고 이들 소속사의 강력 대응 역시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방법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장 강력한 대응을 선보인 이는 배용준. 어느 여성 스타와 열애설에 휘말리자 이를 적극 부인한 배용준은 며칠 뒤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교제 중인 여성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소속사가 열애설에 강력 대응한다고 모두 사실무근이라 볼 순 없다. 몇 년 전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톱스타 A와 B의 결혼설은 양측 소속사가 모두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 부인해 잠잠해졌고 실제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A와 B가 뜨거운 연인사이였음은 이미 연예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물론 오래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스타의 결혼 러시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소속사는 머리를 싸매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