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시댁서 그녀의 ‘정체’ 몰랐다
▲ 지난 10일 영화 <밀양> 제작보고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전도연. 지난 3월 11일 결혼한 후 한 달 만의 외출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3월 11일 결혼식을 올린 전도연은 남편 강시규 씨와 함께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신혼 여행지인 미국으로 향했다. 전도연이 떠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은 다름 아닌 이제는 그의 친정이 된 일산 집이었다.
같은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함께 15년여를 산 까닭에 전도연은 아파트 주민들과 좋은 이웃으로 지내왔다. 지난해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엔 아파트 부녀회에서 플래카드를 아파트 입구에 걸고 축하해줬을 정도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은 “매일 마스크에 모자까지 칭칭 두르고 운동하던 모습을 더 이상 못 보게 돼 아쉽다”며 “너무 가리고 다녀 오히려 전도연이라는 사실이 더 눈에 잘 띄곤 했다. 반갑게 인사도 건네던 전도연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한다.
10여 일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지난 3월 2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전도연은 남편 강 씨와 함께 가장 먼저 일산 집을 찾아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그 뒤 전도연은 청담동 소재의 신혼집에서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도연의 결혼이 비밀리에 진행된 까닭은 시부모의 의지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전도연의 시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며느리가 영화배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애초부터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르고 싶었다”면서 “처음엔 며느리가 영화배우인지도 몰랐는데 참 착실하고 심성이 바른 아이였고 사돈 집안 어른들도 좋은 분들이었다”고 얘기했다.
남편 강 씨와 처음 만난 것은 영화 <밀양>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대부분의 촬영이 밀양 현지에서 이뤄지는 탓에 두 사람의 만남은 전도연이 서울로 올라왔을 때에만 가능했다.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영화 촬영이 마무리된 것은 지난 2월 초. 따라서 전도연은 급하게 결혼 준비를 했다.
▲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두 주연 전도연 송강호(왼쪽부터). | ||
한편 <밀양> 제작발표회에선 결혼과 관련된 전도연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기자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그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 제작발표회 시작을 앞두고 홍보팀은 제작보고회에선 전도연의 사생활 관련 질문은 삼가 달라는 말을 건네 왔다. 대신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별도로 전도연의 공동 인터뷰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주어진 공동 인터뷰 시간. 홍보팀은 질문을 세 가지로 제한하겠다고 밝혀왔다. 결혼과 관련해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진 것이다. 첫 질문은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 담겨 있는 내용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송강호와 사적으로 대화하던 도중에 전도연이 “사랑을 하면 원래 다 바보가 되는거야”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에 전도연은 “사랑을 하면 여유가 생기고 행복해서 계속 웃음이 나오잖아요”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전도연의 대답이 끝나기 바쁘게 두 번째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질문 내용은 ‘두 사람의 음식궁합이 잘 맞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전도연이 “입이 까다롭지 않아 잘 맞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같은 기자가 곧이어 ‘결혼 이후 신랑에게 가장 먼저 해준 음식이 뭐냐’고 물었고 전도연은 “샐러드요. 쌀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로써 세 가지 질문이 모두 끝난 것.
이것으로 전도연의 공동 인터뷰가 끝나나 싶었는데 홍보팀에서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며 한 발 양보했다. 그런데 그 질문 역시 ‘이번 영화로 해외영화제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전도연은 “당연하죠”라며 서서히 무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 때 한 기자가 “2세 계획은 없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고 전도연은 퇴장하려다 멈춰 서서 “나이가 있는 만큼 빨리 가지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결국 대부분의 기자들은 앞선 네 가지 질문 대신 마지막 돌발 질문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