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는 손 뚫는 카메라 ‘끝나지 않는 전쟁’
▲ 백상 시상식 당시 서지혜를 에스코트하는 경호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아이비 과잉경호 사건 당시 현장 분위기가 어땠냐는 필자의 질문에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그날의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다만 그날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사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해당업체의 모토가 ‘친절’로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습관화하라는 친절교육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친절한 경호는 관련 업체들이 추구해온 사안이었겠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친절’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된 게 아닌가 싶다.
아이비 사건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어떨까. 실제로 폭행과 욕설이 가해졌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 경호원들은 경력이 얼마 안 된 신입 경호원들의 실수라고 인정하는 듯했지만 사건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는 경호원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회사가 원래부터 ‘친절’을 강조해왔다며 당시 단 한 차례의 폭행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몇몇 경호원들은 그때의 사건이 남학생들의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 이후 경호업체의 연예인 경호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에 대한 바로미터는 백상예술대상 당시의 모습일 것이다. 이날 시상식의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규모의 경호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식장 내부에서 현장 상황을 조율하는 팀과 푸른 계열의 상의를 입고 시상식장 외부에서 취재진과 팬들을 통제하는 팀으로 구분됐는데 경력이 오래된 노련한 경호원들은 주로 식장 안쪽에 배치돼 있었다. 또한 이들은 당시의 사건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까다로운 요구를 여느 때와 달리 일일이 응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시상식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이 됐고 마지막 대상 수상자 발표까지도 별다른 마찰 없이 끝나는 듯했다.
▲ 다른 행사장에서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막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경호원들은 애써 침착성을 잃지 않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으나 분위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왜 과잉 경호하느냐”는 취재진의 항의에 경호원들도 서서히 짜증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 나중에 들은 얘긴데 아이비 사건 이후 경호원들이 ‘과잉경호’라는 단어에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그때의 분위기는 경호원들이 취재진의 취재 시도 일체를 무력으로 막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한 방송사의 카메라 렌즈가 손상을 입었고 여러 명의 취재진이 바닥에 깔리는 등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한 여자 리포터는 “여자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필자 역시 무력으로 취재 자체를 막아버리는 경호 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스타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려는 그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라도 더 좋은 그림과 인터뷰를 따기 위한 취재진들의 책임 역시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소동 끝에 시상식 취재는 끝이 나고 경호업체 측은 연신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세요”를 외치며 취재진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