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여론 사이 결국은 ‘쩐의 유혹’
▲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광고 모습. 왼쪽 위부터 김하늘, 오승은, 안연홍, 이영범 안혜경, 최정원. | ||
#누가 출연했나
시작은 한채영이었다. 최초의 대부업 광고 모델로 등장해 ‘사채영’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거액의 광고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어 최민식 이영범 김하늘 등이 잇따라 대부업계의 연예인 모델 기용 붐을 선도했다. 이 외에도 이병진 이영아 조원석 김미려 양희성 최민수-강주은 부부(러시앤캐시), 탁재훈 왕빛나 송선미 이현우(리드코프), 윤정희 이영범 안혜경(원캐싱), 최자혜(위드캐피탈), 이용식(론플러스), 최수종(원더풀), 최정원(베르넷 크레디트), 안연홍(미즈사랑), 여운계(론크레디트) 등 20여 명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 중이거나 출연했다.
그런데 광고업계에서 주목받는 연예인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심지어 광고업계에서 주목받는 연예인의 활동내역과 각종 루머를 집대성한 ‘연예계 X파일’에 이름이 오른 이는 고작 한채영 한 명이다. 물론 대부업 광고 모델 연예인 가운데는 연예계 X파일이 유출됐을 당시에는 지명도가 낮았거나 데뷔 이전인 이들도 여럿이지만 그 이전부터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왜 출연했나
이미지가 중시되는 연예인에게 대부업 광고 출연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부업 광고에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끈질기게 광고 제안이 들어와 결국 수락하게 됐다”는 최민수의 설명 정도로는 부족함이 크다. 대체적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부업에 대해 정확히 몰라 출연계약을 하게 됐다는 것. 최근 거액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한 최수종은 “금융업 광고라는 매니저의 말만 듣고 대부업인지 정확히 몰랐다”며 대부업 광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계약을 맡았던 매니저와도 결별했다. 항간에선 대부업 광고를 일반 금융업 광고 정도로 알았다는 말에 다소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업이 뭔지는 대충 알았어도 그 폐해까지는 잘 몰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난 여론에 항변하는 연예인도 만날 수 있었다. 정부에서 합법이라 규정한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한 게 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냐는 것. 최근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A는 “톱스타가 껌 광고에 출연했다고 전 국민이 그 껌을 씹는 것은 아니듯 광고가 무조건 구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업이 위법이 아닌 만큼 필요로 하는 사람만 광고를 보고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광고를 보지 않아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 역시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보다 그런 환경을 만든 정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이유는 역시 돈이다. 연예인의 수입 구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방송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에 따른 수입과 이에 동반되는 광고 수입, 그리고 각종 부업을 통한 수입이다. 그런데 이런 수입 구조는 인기와 지명도가 유지되는 상황으로 국한되고 인기도에 따라 수입도 요동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부업 광고 출연이 이미지 폄하를 불러올지라도 수억 원을 한 번에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얼마나 받았나
이들은 하나같이 광고 출연료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심지어 계약을 중도 파기한 김하늘 역시 애초 출연료가 얼마였으며 중도파기에 대한 위약금이 얼마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거액의 광고출연료를 받으면 이를 홍보용으로 공개하고 각종 위약금 관련 기사에서 금액이 정확히 공개되는 요즘 추세와 정반대의 형국이다.
광고업계와 연예계에 알려진 대략적인 금액은 3억~5억 원 선. 이는 광고업계가 이동통신이나 고급 화장품처럼 한정된 영역에서 특A급 모델이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광고업계에서 다소 밀려나있는 연예인에게 쉽게 포기하기 힘든 금액일 수밖에 없다.
#이미지 손상 치명적
국민배우의 반열을 바라보던 최수종,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 최민식. 그런데 이 두 배우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치면 따라붙은 연관검색어가 ‘사채’ 내지는 ‘대부업 광고’다. 그만큼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이 뒤따른다는 것.
반대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더 쉽다. 최근 박진희 차인표 이영은 전노민 김새롬 등이 대부업체로부터 거액의 광고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경우 제안을 거절해 거액을 포기했지만 상당한 이미지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심지어 홍보 목적으로 대부업 광고 제안 거절 사실을 공개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들려올 정도다. 결국 대부업 광고 출연 연예인은 최소한 계약 거절 연예인이 얻은 이미지 상승 효과 정도의 이미지 손상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