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변심? 알바인가 본업인가
▲ KBS <미녀들의 수다> 방송 중 한 장면. | ||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서서히 연예인으로 탈바꿈해가는 ‘미녀’들, 그들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지난 2일 과천 NC백화점 8층에서 열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개청식 및 홍보대사 위촉식’엔 루베이다, 도미니크, 아비가일, 소피아, 손요 등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외국인들(미녀)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요즘 ‘미녀’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웬만한 연예인도 부럽지 않을 정도, 아니 서서히 그들도 연예인이 돼가고 있다. 빼어난 미모와 순수한 이미지, 여기에 솔직한 입담까지 더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녀’들은 CF 모델, 프로그램 패널, 연기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그들을 가장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단연 일선 매니저들이다. 이미 하이옌과 사오리 장은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했고 에바 포피엘, 루베이다 등도 대형 매니지먼트사 영입설에 휘말려 있다.
우선 KBS 일일극 <꽃 찾으러 왔단다>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데뷔한 베트남 출신 하이옌은 더 이상 ‘미녀’가 아니다.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며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미수다> 제작진은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는 순간 순수한 외국인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는 판단 하에 하이옌을 <미수다>에서 퇴출시켰다.
“사오리는요~”라는 독특한 말투로 사랑을 받고 있는 사오리 장 역시 얼마 전 소속사를 결정했다. 이미 여러 편의 CF에 출연하고 있는 사오리는 <미수다> 이외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패널로 출연할 예정이다.
얼마 전 모바일 스타화보를 촬영해 화제가 된 에바도 계약만 안 했을 뿐 사실상 연예기획사 소속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화보 촬영 현장에서 만난 에바의 매니저로 보이는 이는 “친분 때문에 일을 봐주는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에바의 최측근 인사는 “에바도 소속사가 있는 걸로 안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 루베이다는 제작진과 마찰을 빚어 한동안 <미수다>에 출연하지 않아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는데 그 이유 역시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 문제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미녀’들이 매니지먼트사의 표적이 돼 영입 유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수다>의 이기원 PD는 “실제로 ‘미녀’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에바의 경우만 봐도 <스타골든벨>에 출연하면서 얼마나 많은 소속사 관계자를 만나겠는가”라며 “그러다보니 연예계 활동에 욕심을 갖게 되고 ‘미녀’들 스스로 연예인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에바(왼쪽), 루베이다 | ||
‘미녀’들의 비자 문제를 취재하는 도중 다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상당수의 ‘미녀’들이 학생 자격이 아닌 연예인 자격으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애초 프로그램 기획 의도처럼 순수한 유학생 신분으로 <미수다>에 출연한 ‘미녀’는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현재 <미수다>에 출연 중인 대부분의 ‘미녀’들이 발급받은 비자는 E-6. ‘연예흥행비자’라고 불리는 E-6는 재한외국인이 연예 관련 활동을 하기 위해 별도로 발급받아야 하는 비자다. 방송 초반 ‘미녀’들이 학생 신분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제작진 측의 설명과 달리 루베이다, 도미니크, 손요, 에바 등 상당수의 ‘미녀’들은 이미 E-6 비자를 받아서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반면 준코, 소피아, 아비가일 등은 D-2를 발급받았는데 D-2는 외국인이 유학생 자격으로 받는 비자. 따라서 학업 외 연예활동은 한두 가지로 제한된다. 준코의 경우 D-2 비자로 <미수다>를 포함해 총 두 건의 연예 활동만 가능한데 이미 CF를 한 편 찍어 더 이상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E-6를 받은 이들은 새로운 프로그램 출연이 결정됐을 때 근무처를 변경 또는 추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실상 연예 활동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관계자는 “E-6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애초에 근무처에서 사증 발급 인정서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추가로 연예 활동을 희망하는 경우 문화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 출입국심사과를 거치면 3개월 안에 허가가 난다”고 전했다.
사오리 장은 예외적인 경우다. 재일교포인 사오리 장은 ‘재외국인 거소신고’를 했다.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일 경우 ‘재외국인 거소신고’를 하면 한국인과 동일한 자격으로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다.
이기원 PD는 “에바는 처음부터 연예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친구였다. 우리가 원하는 출연자는 소피아처럼 학업이 본업이고 연예 활동이 부업인 외국인”이라며 “만약 일부 ‘미녀’들이 연예인이 되려 한다면 출연 횟수를 줄여 결국 프로그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