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횡 끝판왕” vs “원칙 따른 것”
부산시 기장군청 내부가 대규모 승진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들끓고 있다. 사진은 기장군청 전경.
기장군의 이번 인사는 6급 직원 17명을 5급으로 승진 발령하는 게 골자였다. 이에 앞서 기장군은 지난 7월 19일 2개국을 신설하고 13개 과와 19개 팀을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가 당시 조직개편의 후속조치인 셈이었다.
인사가 발표되자 기장군 내부에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사의 핵심적인 기초가 되는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게 주된 지적이었다. 특히 전공노는 이번 인사를 군수의 전횡이라고 규정하고 상급기관인 감사원과 행정자치부 및 부산시 등에 감사를 요청했다. 전공노는 이번 인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오규석 군수가 단행한 모든 인사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7일 부산시 등에 접수된 감사 요청서에는 이번 승진 인 사에서 승진기간이 도래하지 않거나 교육점수가 충족되지 않은 직원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한 오 군수가 취임한 지난 2010년 7월 이후 이뤄진 수천 건의 인사에 대한 감사요청도 포함됐다.
전국공무원노조 기장군지부 김성열 지부장은 “이번 인사에 조합원 대다수가 심각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며 “연수가 겨우 차는 사람이 승진하는가 하면, 실적도 없는 사람이 과장으로 진급했다. 오로지 군수에 대한 ‘충성도’가 승진의 잣대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을 무시한 인사 전반에 대해 감사를 요청했다”면서 “상급기관의 감사 일정이 정해지면 공식입장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군수는 “규정과 원칙에 따라 인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공노를 비롯한 군청 내부의 불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다.
인사가 단행된 지 보름 남짓이 되면서 전국공무원노조 기장군지부 홈페이지에는 이번 인사를 규탄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자유게시판에 오른 글 중에는 전공노의 공식성명서를 기다리지 못해 익명의 공직자가 올린 ‘성명서-공직을 개인의 사유물로 치부한 오규석 기장군수는 15만 기장군민에게 즉각 사죄하라’란 제목의 글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등록된 이 글은 “오규석 기장군수는 공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각종 재해·재난을 포함해 군민들의 어려움과 산적한 현안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기장군 산하 600여 공무원들의 명예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능하고 무소신·비굴함의 대명사로 낙인을 찍었다”며 “자신에 입맛에 길들여진 일부 충성파와 소신 있는 공무원이기를 포기한 거의 대다수 정치적 해바라기 직원들을 자신의 취임과 더불어 6급으로 승진시키고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다시 사무관으로 승진시키는 등 공무원조직의 일반적 승진·전보 규정을 무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군청 외부의 시각도 곱지 않다. 기장군 지역 한 정치인은 “이번 인사는 총선용 인사”라고 규정한 뒤 “내년 총선에 나서기에 앞서 기장군 조직을 자신의 전위부대로 채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모든 조직의 가장 근원이 되는 게 인사다. 따라서 인사가 투명해야 건전한 조직이 된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란 없겠지만 구성원 대다수가 불만인 인사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지난 기장군 인사는 비판과 지적 속에 현재 상급기관의 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는 20일 전후로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부산시가 실시할 감사의 행방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