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미용실·에이전트가 ‘다리’
▲ 김남일-김보민 커플. 사진제공=수원 삼성 | ||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은 어떤 형태로 첫 만남을 가질까. 서로 바쁜 스케줄에 쫓겨 사는 탓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처지지만 지난 2년 동안 화제를 모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을 조사한 결과, 지인들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취미활동, 소개팅 등을 통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이천수와 탤런트 심은진이 열애설에 휩싸였다. 언론을 통해 열애설이 보도되자 이들은 열애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심은진 측근은 “두 사람이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6개월 전 술자리에서 만나 호감을 보이던 이들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게 측근의 설명.
극비리에 약혼식을 올려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김남일과 김보민 아나운서도 지인과 식사하고 있는 도중 자연스럽게 합석하면서 가까워진 경우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화제를 모았던 이천수-김지유 커플은 소개팅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연기자 이동욱의 소개로 만난 이 커플은 1년 만에 결별 소식을 전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소개팅으로 만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송종국도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아내 박연수를 만나 화촉을 밝혔으며, 왕빛나는 그의 제부인 김대섭 골퍼와 동생의 지원 하에 남편 정승우 프로골퍼를 만나 3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행사를 통해 만나 커플로 발전한 이들도 있다. 이승엽과 이송정은 1999년 앙드레 김 패션쇼 무대에 커플 모델로 올랐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으며, 안정환-이혜원 커플은 한 스포츠 브랜드 론칭쇼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얼마 전 3년 열애 끝에 결별을 선언한 백지영과 조재진도 지난 2004년 축구 선수와 연예인이 함께한 행사에서 팬과 팬으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 사례.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 탄생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연예인 매니저는 “불규칙한 생활의 고단함을 이해해주기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것 같다”며 “예전부터 스포츠 스타는 연예인을, 연예인은 스포츠 스타를 소개받으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임창정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대중 앞에서 자기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한편 남모르는 곳에서 홀로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의 데이트는 어떻게 이뤄질까. 예상 외로 이들의 데이트 코스는 일반 커플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조용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 이승엽 이송정 부부(왼쪽), 안정환 이혜원 부부 | ||
이처럼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연예인 매니저는 “요즘 스포츠 선수들이 자주 방송에 출연하면서 연예인과 만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가 CF나 오락프로그램에 섭외 1순위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들과의 접촉이 늘고 있다고.
연예인의 개인 활동 범위가 좁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연예인들의 지인은 대개 코디네이터나 미용실 관계자, 디자이너, 매니저, 연예인 동료 등으로 국한되기 마련. 스포츠 스타들이 미용실을 이용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을 협찬받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관리를 받고 있어 이들을 통해 스포츠 선수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에이전트가 늘면서 두 영역의 다리 구실을 하기도 한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