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연출 사이 ‘양다리의 유혹’
▲ 조작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리얼스토리 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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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올 초 KBS <아침마당-토요이벤트 가족 노래자랑>은 불치병에 걸려 가출한 아내를 찾는 한 남성의 사연을 방송했으나 이 내용이 모두 거짓으로 판명돼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고 MBC <생방송 좋은 아침>에 출연한 한 부부가 다른 프로그램에 나와 이전과는 다른 얘기를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방송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조작 사례는 얼마나 될까. 한 방송 관계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대다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방송 사연과 어울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담당 PD들이 영상을 조작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는 것.
일각에서는 뉴스의 한 장면도 실제가 아닌 자료화면을 사용하면서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일도 더러 있다고 전한다. 이런 행태가 거듭되자 “만약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면 TV로 방송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방송 관계자도 있을 정도다.
취재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TV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몇몇 도인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 이유인즉 일부 프로그램 PD들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 도인들에게 마치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양 연출해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 거짓사연이 방송된 <아침마당-토요이벤트> 방송 장면. | ||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간 각종 고발프로그램의 인터뷰 영상도 상당수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방송 조작으로 경고 조치를 받은 한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단순히 우리 프로그램뿐 아니라 몇몇 프로그램도 때때로 조작 방송을 하고 있지만 걸리지 않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조작 사실이 드러난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위의 조치가 경고 수준에 머문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상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은
지금까지 방송위가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에 내린 가장 강도 높은 징계는 사과 방송 조치. 거짓 방송 사실을 인정한 tvN <리얼스토리 묘>는 방송위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지난 8월 26일에는 본 방송 시간에 추가로 사과문을 내보냈다.
방송사가 허위 내용을 방송한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방송위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경고-사과 발령권-시정 명령-경제적인 제재(과태료나 과징금)-방송 중지-관계자 징벌’까지 총 6단계다. 그러나 올해 방송위가 허위 내용을 방송한 방송사에 시정 명령을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과 방송을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방송사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게 방송위의 설명.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경고 조치를 받는 것에 그치고 있어 앞으로 조작 방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작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여론에 대해 방송위원회 심의1부 관계자는 “심의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며 명확한 규정을 정했을 경우 방송의 동기성이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 조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의 조작 방송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심의2부 권희수 차장도 “방송위 내부에서도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방송위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거짓 방송을 막을 수 없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주장처럼 방송사의 철저한 검증시스템과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방송위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