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부 폭풍’에 ‘호시절’ 막 내리나
▲ 정준하. 뉴시스 | ||
여파는 정준하 한 명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정준하와 같이 가라오케 등에서 (영업)사장으로 활동하는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라오케를 중심으로 한 강남 유흥업계 전체가 다가올 폭풍 앞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한 마디로 폭풍전야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이 성매매특별법 시행 3주년에 맞춰 성매매특별법 위반 여부에 대한 특별단속을 시작한 데다 정준하 파문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 정준하 파문에서 그 중심으로 떠오른 가라오케와 보도방(각종 유흥업소에 여성 접대부를 공급해주는 업체)에 대한 집중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아예 영업을 중단한 업소들도 있다. 현재 강남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가라오케는 대략 50여 개, 보도방은 30여 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준하발 폭풍’의 규모와 이동경로를 전혀 예상할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얘기한다. 무작정 영업을 하자니 단속이 두렵고 단속을 피해 잠시 문을 닫자니 당장의 자금 흐름에 영향이 오는 데다 단골 손님 이탈의 위험성까지 걸리는 것.
@왜 연예인 영업사장이 필요한가
문제가 된 가라오케는 일반 가라오케가 아닌 ‘텍 가라오케’를 의미한다. ‘디스코텍’과 ‘가라오케’의 장점을 더해 놓은 업소라는 뜻에서 텍 가라오케라는 호칭이 생겼는데 요즘 강남 일대에서는 텍 가라오케가 워낙 대세라 이를 그냥 가라오케라 부른다. 19만 원 이상의 양주만 판매하고 안주 값도 최소가 10만 원, 그러다보니 1인당 45만 원 정도가 기본이다.
이런 가라오케 전성시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이들은 영업사장이다. 가라오케는 소위 ‘워킹 손님’(주변을 지나가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단발성 손님)은 받지 않고 영업사장을 통해 업소를 찾는 손님만 받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의 단골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손님도 끊임없이 창출할 수 있는 영업사장을 몇 명이나 데리고 있느냐가 업소의 성패를 좌우한다. 단골 손님들 역시 친분있는 영업사장을 따라 업소를 옮기는 스타일이라 새로 생기는 가라오케의 경우 기존 업소에서 잘나가는 영업사장 두세 명만 스카우트해도 당장에 업계 순위가 뒤바뀐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렇게 능력 있는 영업사장 가운데 연예인이 상당수라는 부분이다.
연예인이라고 누구나 영업사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다른 인맥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데 단지 동료 연예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예인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예관계자들과의 친분이 필수적이고 연예계에 파워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몰린다. 예를 들어 연예인 영업사장들이 가라오케에서 친분이 두터운 방송국이나 영화사 관계자와 연예인의 만남을 주선해 캐스팅이 이뤄지도록 뒷심을 써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연예인이 자주 드나들어야 업소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잘나가는 연예인 영업사장이 인기 연예인을 손님으로 많이 받으면 일반 손님이 늘어 다른 영업사장들에게도 보탬이 된다. 이 때문에 가라오케에서는 연예인 손님에게는 술값을 30% 할인해주며 그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연예인들이 영업사장으로 활동하나
대표적인 가라오케 연예인 영업사장은 단연 정준하다. 사실 정준하는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최초의 연예인 포장마차 사장으로 유명한데 2000년대 들어 가라오케로 자리를 옮겨 영업사장으로 활동해왔다. 굳이 이런 사실을 감추지 않은 정준하는 매스컴과의 인터뷰는 물론 방송에서도 자신이 가라오케 사장임을 공공연히 밝히곤 했다. 대부분의 연예인 영업사장은 지분이 전혀 없는 영업사장이지만 정준하의 경우 워낙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지분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업계에선 그가 스카이 가라오케의 지분을 20%가량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는데 정준하는 파문 초기에 약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다 다시 지분이 없다고 말을 바꿔 의혹을 증폭시켰다.
사실 정준하보다 파급 효과가 더 큰 연예인이 영업사장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 최고의 MC로 손꼽히는 A가 그 주인공이다. 연예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가 가라오케 영업사장으로 활동하며 그 영향력을 업소 영업에 활용한 것. 얼마 전부터 다른 업종에 개인 사업체를 꾸린 후 가라오케에서는 손을 뗐다. 이 외에도 개그맨 H, 가수 K 등이 최근까지 가라오케 영업사장으로 활동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준하 파문으로 인해 연예인 영업사장들이 잇따라 가라오케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영업사장으로 올리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이런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선 일정 지분을 투자해야 하는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
@연예인 영업사장들이 성매매 알선에도 관여했나
사실 가라오케는 여성 접대부가 필수인 룸살롱과 상당한 차이점을 갖는다. 여성 접대부를 부르는 손님도 있지만 실제는 분위기 메이커인 룸DJ만 불러 놀다가는 손님도 상당수다. 그러다보니 여자 손님들끼리 가라오케를 찾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정준하는 방송에서 자신의 업소에 <무한도전> 출연진이 애인을 동석하고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는데 이는 룸살롱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라오케가 성매매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보도방을 통해 접대여성을 룸에 넣어주는 경우도 빈번한데 그럴 경우 2차까지 자리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불법 성매매 알선에 해당된다.
정준하는 “가게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를 통해 온 손님이 접대 여성을 부른 적은 없다”고 얘기해 자신의 성매매 알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가라오케는 몇 명의 영업사장이 한 업소에서 독립적인 영업을 한다. 결국 정준하의 주장은 같은 업소의 다른 영업사장들이 성매매 알선을 했을지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조직폭력배 ‘신촌이대식구파’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운영하는 가라오케에서 영업사장으로 일하던 연예인 L, H, J 등이 성매매 알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들 연예인은 혐의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강남 유명 가라오케에서 웨이터로 일했던 김 아무개 씨는 “연예인 영업사장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연예인이나 연예 관계자로 접대 여성을 부르는 일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장사를 하다보면 손님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그들이 100% 무관하다고까진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황의경 연예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