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너무 많아… ‘죽어줘야 할 사람’ 1순위?
▲ 책을 출간한 배두나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그러나 알고보면 이러한 책들은 직·간접적으로 대필 작가의 손을 거친다.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대필 작가가 해당 연예인을 며칠간 밀착 인터뷰해 엮은 책이 상당수라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대필 작가들은 TV 등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스타들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몇 사람들 중 하나다. 대필 작가들을 말하는 스타들의 책,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얼마 전 출판된 배두나의 사진에세이집 <두나’s 도쿄놀이>가 4만 부 이상 팔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모델이 아닌 사진작가 배두나의 모습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 엄정화는 뉴욕 여행 38일의 기록을 책으로 펴냈으며 중견배우 최불암은 지난 1일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라는 텔레세이를 발간했다.
이처럼 스타들이 책으로 인생의 종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스타들의 책은 대부분이 대필. 열에 여덟 아홉은 대필 작가의 손을 거친다는 게 출판계의 얘기다. 최근 한 연예인의 자서전을 펴낸 출판 관계자는 “간혹 연예인들이 직접 쓰는 경우도 있지만 연예인들이 낸 책의 대부분은 대필 작가가 손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가끔 직접 원고를 써오는 이들도 있고 개중엔 글솜씨가 뛰어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우엔 편집자들의 손을 많이 거쳐야 하는 초고여서 당장 책으로 엮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이 출판 관계자는 “편집자 입장에서는 일단 (원고를) 가져오는 것만으로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책의 내용이 원고에 국한될 수 있기 때문에 대필 작가들은 오히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까닭에 스타들의 진솔한 얘기를 책에 담아야 하는 대필 작가의 어깨가 무겁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필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글보다는 인터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스타를 인터뷰할 수 있는 시간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열흘까지 주어지지만 스타들의 바쁜 스케줄로 촬영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 가끔은 2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고 200페이지를 채워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는 과감하게 ‘창작’을 가미하기도 한다.
대필 작가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과제는 ‘연예인과 친해지기’다.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내면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친밀감 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대필 작가는 “해당 연예인이 숫기가 없어 솔직한 얘기가 안 나올 때는 둘이 골방에 들어가서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무명시절이나 이혼 등 서러웠던 과거 얘기를 할 때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한다고.
▲ 책을 출간한 박해미, 최불암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그러나 상당수의 경우 스타들은 한 많은 가족들의 사연, 은밀한 성생활 등 사적인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고. 일부 연예인들은 들어선 안 될,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대필 작가를 농담조로 ‘죽어줘야(?) 할 사람 1순위’로 꼽는다고 한다. 한 출판 관계자는 “자서전을 펴낼 경우엔 대개 내용에 맞는 사진을 요청하는데 난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 말고도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을 무수히 봤다”며 “한 연예인은 사람들 앞에서 ‘절대 비공개’라는 맹세를 하게 하더라”며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내고 있는 걸까. 출판 업계 관계자들은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하는 스타와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스타들에게 궁금증을 지닌 독자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명한 스타라고 해서 책을 아무나 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출판 이후 스타들이 져야 할 ‘책임’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최수종은 “난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자서전 <너에게만 말해줄게>에서 ‘외대에 다녔다’고 밝힌 구절이 발견돼 곤욕을 치렀다.
이러한 까닭에 대필 작가들은 구절 하나, 단어 한 개에 매우 신경 쓰게 된다고 한다. 한 출판 관계자는 “연예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런 까닭에 다른 책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늘었는데 스타들의 서투른 글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