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α? 시도지사 ‘4파전’
‘복합리조트’ 유치에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왼쪽부터). 사진은 합성. 일요신문 DB
문체부에서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쇼핑몰, 컨벤션, 전시시설, 공연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시설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말한다. 복합리조트는 수조 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고, 세수확보 및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지자체마다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월부터 넉 달간 문체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모두 34곳이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친박계 실세’ 로 통하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화성시와 코오롱그룹이 참여했던 춘천시, 수협중앙회가 주도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등은 1차 관문에서 탈락했다.
유치가 유력시되는 곳은 인천시다. 최초 제안한 34곳 가운데 인천 지역만 17곳에 달했고, 1차 후보지 9곳 중 6곳이 대상지역에 선정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인천시는 이미 영종도 내 국제업무단지와 미단시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단지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인천지역 신청 업체들은 카지노 밀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 등 인접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인천시에 리조트를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복합리조트 사업은 집적화·대형화 전략을 구사해야 경쟁력이 강화된다”며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2~3군데는 더 건설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복합리조트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서 시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오픈 카지노(내국인 카지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친박계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산시는 북항재개발지역에 외국인 카지노를 유치할 경우 2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변수로 떠올랐다. 부산시는 이번 복합리조트 제안 당시 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롯데건설로 컨소시엄을 짜고 말레이시아 겐팅 그룹과 협력해 부산 북항재개발지구에 복합리조트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부산시는 당초 싱가포르 카지노 기업 샌즈그룹과 사업을 추진했지만 샌즈 측이 내국인 카지노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결국 롯데그룹과 손을 잡았다.
부산시와 함께 1차 후보지에 포함된 경남 창원시는 최적의 입지조건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위치한 경남 진해 웅동지구는 현재 영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 중인 부산 가덕도와 위치상 가깝다.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남이 제안한 진해 글로벌파크는 폭스브랜드의 테마파크와 6성급 호텔, 카지노, 수상레포츠시설, 컨벤션센터, 쇼핑몰, 골프장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최근 직접 중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고 이번 공모 결과와 관계없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진두지휘하는 여수 경도는 ‘지방분산론’을 강조하고 있다. 호남 지역은 현재 카지노가 1곳도 없는 실정이기에 반드시 사업권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간결하지만 강력한 논리인 셈이다. 이낙연 지사는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안팎의 다양한 통로를 활용해 협조를 구하는 중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최종 후보지로 ‘영종도+α’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결국 1곳을 추가해 3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 복합리조트 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카지노 사업권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고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국내에는 모두 16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존재한다. 이들 카지노 매출을 모두 합쳐도 지난해 기준 1조 3772억 원으로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액(1조 4220억 원)에 못 미치는 까닭에서다.
결국 외국인 카지노 간 출혈 경쟁은 내국인 카지노를 추가해야 한다는 결말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오는 2025년까지 강원랜드 외에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세울 수 없다. 문체부는 내국인 카지노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여권 광역단체장들과 친박계 인사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