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문의 러시 자살까지 속출
도발적인 광고 문구로 불륜을 조장해온 성인 만남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해킹 사건 여파가 쉬 가라앉질 않고 있다. 사이트를 해킹한 단체가 두 차례에 걸쳐 39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정보를 공개한 후 그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회원 명단이 공개되자 가정 법률 사무소에는 이혼을 문의하는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심지어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자살을 택한 극단적인 경우도 속출했다. 그런가 하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경우에 대비해 이미지 관리 컨설턴트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유명인사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성업(?)하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은 현재 전 세계 53개국에서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 회원 수는 약 19만 명이다. 불륜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은 과연 어떤 사이트이며,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해킹 사건으로 ‘불륜 도시’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도시들은 어디인지 살펴봤다.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해킹 사건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홈페이지와 해커에 의해 공개된 뱅크오브아메리카 소속 가입자 명단.
‘애슐리 매디슨’은 200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로,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성관계를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하는 성인 사이트다. 가장 흔한 여성 이름인 ‘애슐리’와 ‘매디슨’을 합쳐 만들었으며, 전 세계 약 39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230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월 접속자 수는 1억 2400만 명이며, 이는 성인 사이트 가운데 18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104년 3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접속이 차단됐다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 후 차단이 해제된 바 있다.
‘애슐리 매디슨’의 모기업인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이밖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성인 만남 사이트를 여럿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젊은 여대생과 돈 많은 남성을 연결해주는 ‘이스태블리시드맨닷컴’은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단체의 다음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 만남 사이트가 연이어 성공하자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의 기업 가치는 현재 약 10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무리 기업적 가치가 높다고 할지라도 부도덕한 성격의 사업일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 지난 7월 20일, ‘임팩트팀’이라고 불리는 한 해커 집단이 ‘애슐리 매디슨’의 시스템을 해킹한 사건이 벌어져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임팩트팀’은 “당장, 그리고 영구히 사이트를 폐쇄하지 않으면 회원 정보를 전부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3789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이름,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거주지 주소, 신용카드 정보, 금융 기록, 성적 판타지 등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윤리적 해커’라고 부르는 ‘임팩트팀’은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 부패를 폭로하는 한편, 비열한 불륜 남녀들의 정체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를 가리켜 “중독을 조장하는 마약 중개인과 같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팩트팀’은 한 달 정도가 지난 8월 18일과 20일 각각 두 차례에 걸쳐 회원 정보를 공개하고 나서면서 온 세상을 경악케 했다. 1차 공개 때는 약 9.7GB 분량의 정보가, 그리고 2차 공개 때는 이보다 두 배인 20GB 분량의 회원 정보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미리 예고한 대로 회원들의 신상 정보와 금융 정보는 물론이요, 알몸 사진과 성적 취향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회원 명단이 공개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사이트에 가입했는가?’라는 데 모아졌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정치인, 은행가, 공무원, 소방관, 기자, 경찰관, 운동선수, 할리우드 배우, 유엔평화유지군, 교수, 교황청 관계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은행 도메인으로 등록된 이메일의 경우에는 웰스파고가 175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76개), 도이체방크(73개)가 뒤를 이었다. 기업 도메인으로는 소니, 보잉, IBM, 아마존, CNN, 워너브라더스, BBC 등이 있었으며, 가톨릭교회나 하버드 또는 예일대학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회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회원 명단에 정부기관의 공직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데 있었다. 미국 사이트의 경우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부기관의 이메일 계정이 다수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는 백악관 대통령실 정보기술 관리자, 정부 소속 해커, 법무부 국장 및 수사관, 변호사, 국토안보부 소속 대테러 관리관, 연방 검사보 두 명의 이메일 계정도 들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도 이 사이트의 회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헌터는 자신의 이메일이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그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은 지 꽤 오래 됐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기독교 보수단체인 ‘가족연구자문위원회(FRC)’의 조쉬 더가 전 상임이사(27)다. 인기 TV 리얼리티쇼 <19 키즈 앤 카운팅>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유명 방송인이기도 한 더가의 불륜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성실하고 가정적인 그의 이미지를 믿어왔던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진 상태. 더욱이 엄격한 기독교 신자로 평소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한편 낙태와 이혼을 반대해왔던 그였기에 미국인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내와의 사이에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더가는 자신의 불륜 사실을 시인하면서 “위선적 행동에 대해 가족들의 용서를 구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2013년 처음 회원 가입을 했던 그는 두 개의 이메일 계정을 등록해 놓은 상태였으며, 2개월간 총 986달러(약 110만 원)의 이용료를 납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프로필에는 ‘거품 목욕’을 선호한다고 적었으며, 이밖에 ‘섹스토이 시도하기’ ‘원나잇스탠드’ ‘섹스 토크’ 등을 원한다고도 표시해두었다.
총 120만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회의원, 국방과학기술연구소 과학자 등 수백 명의 공직자와 교직자들이 회원 가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공직자 124명, 국방부 직원 92명, 경찰관 50여 명, 의료시스템(NHS) 직원 56명, 지역 교육 관계자 65명, 대학 및 기타 교육 관계자 1716명이 등록했으며, 이밖에 의사 90명도 가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호주 패트릭 세커 전 의원(왼쪽)과 영국 미셸 톰슨 의원은 공개된 회원 명단에 포함됐지만 이들은 가입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호주의 경우에는 국방부, 교육부, 경찰 등 공무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교육부 이메일은 504개, 국방부 이메일은 408개, 경찰 이메일은 81개가 있었다. 은퇴한 패트릭 세커 전 자유당 의원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현재 그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유례없는 규모의 불륜 사이트 해킹 사건인 만큼 그 후폭풍도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먼저 여파가 미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가정법률사무소다. 배우자의 이름을 확인한 배우자들이 앞다퉈 변호사에게 이혼 소송을 문의하고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문의 전화에 쾌재 아닌 쾌재를 부르고 있는 미국 변호사들 사이에서 ‘9월의 크리스마스’ 혹은 ‘법조계의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할리우드 배우, 미식축구(NFL) 선수, 유명 정치인, TV 스타, 코카콜라 간부 등 사회적 명성이 있는 공인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들은 이혼을 하기보다는 가급적 불륜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한편, 설령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실추된 이미지부터 회복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의 ‘명성 관리 컨설턴트’사의 에릭 쉬퍼 CEO는 “이렇게 단기간에 전화나 이메일 문의가 많이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24시간 동안 수십 명의 유명 인사들이 문의 전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애슐리 매디슨 운영자 노엘 비더만(왼쪽)과 사이트 가입이 밝혀진 가족연구자문위원회 조쉬 더가 전 상임이사.
‘애슐리 매디슨’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 움직임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입만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거나 혹은 이미 탈퇴를 한 사람들의 개인 정보까지 모두 해킹을 당하자 분노한 사람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애슐리 매디슨’의 회원 약관에는 19달러(약 2만 원)만 내면 언제든지 개인 정보를 영구히 삭제해준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이번 해킹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그런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상 정보는 물론이요, 주고받은 쪽지 내용, 사이트 이용 히스토리, 사진 등은 고스란히 서버에 남아 있었다.
처음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오타와에 거주하는 엘리엇 쇼라는 남성이었다. ‘애슐리 매디슨’을 상대로 765만 달러(약 90억 원)를 청구하고 나선 그는 아내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적적한 마음에 사이트에 가입했지만 실제 여자를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메일 몇 통을 보냈던 게 전부였고, 게다가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 게 아닌데도 마치 자신이 부정한 짓을 저지른 사람처럼 됐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현재 쇼와 함께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십 명에 달하고 있으며, 소송 규모는 5억 8000만 달러(약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미주리주에서도 500만 달러(약 60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애슐리 매디슨’의 허술한 회원 가입 규정에 있다. 신상이 공개된 회원 가운데 다수가 이메일 주소를 도용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많은 이메일 계정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애슐리 매디슨’ 측이 회원 가입 과정에서 이메일 주소를 따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이메일로 가입이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공개된 회원 명단에는 어처구니없게도 버락 오바마, 토니 블레어 등의 이름을 사용한 회원들도 있었다.
한편 단순히 이혼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협박이나 갈취 등의 범죄 사건이 속출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공개된 신상 정보를 팔아넘기거나 혹은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보안관리업체인 ‘아벡토’의 엔지니어인 제임스 모데는 “이번 사건의 숨은 위험은 대량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이상 국가 안보, 정부 정책, 법률 집행 등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언뜻 보면 망신을 주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민감한 개인 정보는 충분히 범죄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애슐리 매디슨 운영 방식 살펴보니 알고보니 ‘남탕’이었다 ‘알고 보니 남탕이었다?’ 개인 정보를 입력한 다음에는 ‘어떤 만남을 원하는지’ ‘어떤 섹스 파트너를 찾는지’ ‘성적 판타지는 무엇인지’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모두 1~60개 항목 가운데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성적 판타지 가운데 회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45번 ‘엄청난 정력’이었다. 이밖에 ‘눈가리개 하기’ ‘에로 영화처럼 하기’ ‘버블 목욕하기’ ‘꼭 껴안기 또는 포옹하기’ 등도 있었다. 비교적 구체적인 성적 판타지도 제시되어 있다. 가령 1번 ‘돈후앙’이나 47번 ‘옆집 남자’ 51번 ‘아버지 같은 남자’ 등과 같은 것들이다. 구체적인 외모도 선택할 수 있다. 문신, 피어싱, 캐주얼진/티셔츠 타입 등을 선택하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혹은 머리가 짧거나 길거나 등 세부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가입비는 무료지만 이용료는 유료다. 다른 성인 사이트가 월정액인 것과 달리 ‘애슐리 매디슨’은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과금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가령 쪽지 한 통당 가격은 약 4000원이며, 실시간 채팅은 30분에 약 4만 원선이다. 단, 남성 회원은 유료지만 여성 회원은 무료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해킹 사건으로도 드러났지만 ‘애슐리 매디슨’ 측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회원이 가입을 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여러 명의 남성들에게 쪽지를 자동 발송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활동을 하지 않는 휴면 계정의 쪽지도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서 아예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여성 회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서 남성 회원들을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토론토 본사에서 일했던 도리아나 실바라는 여성이 “처음 입사 후 3주 동안 가짜 여성 회원 1000명을 만들어내느라 손목과 팔뚝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애슐리 매디슨’을 상대로 1000만 달러(약 118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었던 것. 실바는 ‘애슐리 매디슨’ 측이 남성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가짜 여성 계정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가짜 계정을 만드는 것이 이 바닥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슐리 매디슨’ 측은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면서 맞고소했으며, 올해 초 양측은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논란은 가셨지만 ‘애슐리 매디슨’가 ‘남초 사이트’란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회원 정보에 따르면 ‘애슐리 매디슨’의 회원 가운데 남자 회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0~95%였다. [주] |
최고의 불륜 도시는? 오타와는 5명당 1명꼴 ‘애슐리 매디슨’ 회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 나타난 각국별 공통점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성공하고 부자였다는 데 있었다. 이와 관련, 모기업인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의 노엘 비더만 CEO는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바람을 더 많이 피운다”라면서 “이를테면 각 나라 수도의 회원 가입률이 공통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이 가입한 도시는 브라질 상파울루(37만 4542명)였다. 2위는 뉴욕(26만 8171명), 3위는 시드니(25만 1813명), 4위는 토론토(22만 2982명) 순이었다. 그리고 산티아고, 멜버른, 휴스턴, LA, 런던, 시카고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 대비 가입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였다. 다섯 명 당 한 명꼴이었으며, 회원은 약 18만 명이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