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팬 곁에 있어야”
▲ 이승철과 리포터 김태진이 팬들에게 보내는 ‘하트’.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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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김): 요즘 소녀시대가 예전 이승철 씨의 히트곡 ‘소녀시대’를 리메이크 했는데 오랜 팬들은 달라진 편곡이 다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해요. 본인은 어떠세요?
이승철(이): 좋던데요. 처음 듣고 참 재밌었어요.
김: 사실 ‘소녀시대’는 그룹 부활의 싱어로 데뷔해 솔로로 변신한 뒤 발표한 초기 노래 가운데 가장 상업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곡으로 기억하는데.
이: 아니에요. 오히려 부활 시절 노래보단 ‘소녀시대’가 훨씬 제 색깔과 맞는 노래였죠. 그땐 부활 시절의 저를 좋아하는 분들과 솔로인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분명하게 구분됐던 것 같아요. 특히 댄스음악인 <오늘도 난>을 발표하면서 팬의 반을 잃고 반을 다시 얻었어요. 그러면서 지금의 이승철이라는 가수가 만들어진 거죠.
김: 그게 벌써 20여 년 전 얘기네요. 그 사이 가요계가 참 많이 변했어요. 레코드판에서 CD를 거쳐 지금은 mp3가 대세일 정도니.
이: 요즘을 대비해 CD라는 매체를 대신할 뭔가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디지털 문화가 너무 많이 발전해버렸어요. mp3는 편리성만 강조됐을 뿐 음질이 떨어져 음악을 위한 매체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mp3 다운로드나 컬러링 등으로 다른 시장이 생겼지만 음반 판매가 현저히 떨어졌어요. 사실 음악인 가운데 누가 다운로드 해달라고 그런 적 있나요? 불법 다운로드가 가요계를 황폐화시키더니 이제는 영화계까지 망가뜨리고 있어요. 또 누가 이동통신사한테 컬러링해달라고 했어요? 그들이 먼저 만들어 놓고 50% 줄 테니 들어오라는 거죠. 그래서 수익 분배 비율을 좀 더 높여 달라고 하니까 그럴 거면 아예 관련 서비스를 없애겠다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거죠.
김: 그러다보니 가수들도 많이 변해가는 것 같아요. 음악 프로그램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더 많이 출연하고 아예 배우가 되려고 가수를 하는 이들도 있고.
이: 그건 매우 고리타분한 질문이죠. 이제는 가수와 배우가 구분되는 시대가 아닌 만능엔터테이너의 세상이에요. 그리고 왜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는지 아세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아침 9시에 방송국에 도착해야 돼요. 드라이 리허설하고 두세 시간 기다리면 카메라 리허설, 다시 서너 시간 기다리면 본방인데 그러면 하루가 다 가요. 그런데 시청률은 고작 3% 남짓이고. 하지만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면 시청률이 한 20%는 나와요. 끝날 때 뮤직비디오도 틀어주고. 녹화도 두세 시간이면 끝나는데 어디를 나가야겠어요?
김: 그렇지만 후배 가수들의 연이은 배우 변신이 안타까울 것도 같아요.
이: 대중들이 가수에게 해준 게 뭔데? 돈이 돼야 가수들도 폼 잡고 노래를 부를 텐데 지금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이번 앨범도 한 달 동안 딱 4만 장 나갔는데 가장 잘 팔린 앨범이래요. 예전엔 탄력 붙으면 반나절 만에 4만 장이 나갔어요. 대중들이 해준 게 없는데 가수한테 뭘 원해요.
김: 사실 대선배로서 연기자로 변신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질책의 말을 건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네요.
이: 내가 대변해줘야지, 후배들을 욕하면 안 되죠.
김: 언젠가 오래도록 가수 활동을 하는 게 가장 어려웠고 후배들에게도 오랫동안 활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요. 저는 그걸 가수로서 올곧은 길을 걸어가라는 충고로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오래라는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연예인은 은퇴하는 사람이에요. 은퇴는 세상에서 이기적인 발상이죠. 인기라는 건 자기가 돈 주고 사는 것도,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이 준 거죠 우리한테. 잘한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에게 인기라는 무한의 가치를 대가로 줬고 연예인은 그걸 대중에게 다시 돌려줘야할 의무가 있는데 그걸 그냥 버리는 건 말이 안돼요. 얼마 전에 (김)동완이하고도 대기실에서 얘기하면서도 멤버들이 군대를 가도 절대 신화를 해체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지금의 팬들에게 10년 뒤에 뭘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진정으로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어요.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오래 버티라고. 가끔 디지털 싱글이라도 발표해 신화가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줘 존재감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어요. 나이 마흔 된 신화가 무대에서 중년의 멋을 보여주면 10년 전 팬들도 분명 애 키우다 그 공연을 보러 갈 거예요.
▲ 23년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철. 그는 후배들에게 연예계에서 오래 버티는 게 팬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당부한다. 사진제공=루이 엔터테인먼트 | ||
이: 아니에요. 사실 병원에서 날짜 정해줄 때는 잘 안되다가 마음 비웠더니 이런 좋은 일이 생기네요. 8주차까지는 조심해야 한다기에 외부에 안 알리다가 됐다 싶어 방송에서 얘기했어요. 사실 결혼하고 유부남으로 살아가는 게 1년이 다 돼 간다는 것도 어안이 벙벙해요. 독신주의자였던 제가 결혼예찬론자로 변했을 정도인데 이게 가정의 힘일 거예요.